이런 사람들이 20세기 초반 이곳에 살았다. 혁명이 직업이고 역사가 직장이었던 사람들,
1910년, 세 여자는 글자를 깨치기 시작한 어여쁜 소녀들이었지만 어느 결에 공중 납치된 나라의 국민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 우리 집 마당을 쑥밭으로 만들어버리고 구둣발로 내 침실을 휘젓고,
다닌다면 일상은 이미 깨지고 생활은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 여자와 남자들은 삶을 역사에 올인 했다. 한겨울 영하 20도에 허술한 차림으로 서울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걸어서 갔다.
재산을 챙기기는커녕 있는 재산도 버렸고 애인과 가족도 버렸고더 버릴 것이 없을 때는 목숨을 버렸다.
그들은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착취하면 안 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착취하면 안 된다고 믿었다. 농부는 자기 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아프면 돈이 있건 없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람이 평등해야 존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다.
이들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흥망성쇠를 자신의 생애로 겪어냈고 과학이라 믿었던 역사법칙의 오작동에 목숨을 잃기도했다. 그들은 온전히 시대의 자식들이었다. 폭격 맞은 나라에서 파편처럼 주변으로 튕겨나간 사람들, 그것은 절박하고도 다급한 디아스포라였으며 슬프고도 고난에 찬 글로벌 라이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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