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란 처음처럼 마무리까지 정의롭고 낭만적인 것은 아니었다. 혁명은 함께하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지만 권력은 나눠 갖지 못한다는 게 혁명세대 정치인의 아이러니였다.학생 신분인 박헌영과 주세죽으로서는 권력투쟁을 둘러싼 은밀한 소문들에 귀를 닫는 것이 현명했다. 혁명을 배우러 사선을 넘어 학교에 왔는데 교과서는 구정물 통에 처박히고 그들의 우상들이 권력싸움으로 날 새고 있다면 그건 방금 도착한 청년혁명가들에겐 너무 잔인한 농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