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1~3 - 전3권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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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개인적으로 '모든 게 달라졌다'라는 문장을 좋아한다.

'그 날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그를 만나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라는 문장 뒤엔 언제나 운명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툇마루'에선 어떻게 모든 것이 달라졌을까? 어린 시절 늘 반질반질 윤이 났던 할머니 집 툇마루를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칠순이 넘은 나이, 삼년 전 남편을 떠나 보내고 아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며 조용하고, 평탄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지적인 할머니 이치노이씨, 어느 날 오래 전에 가던 카페를 갔다가 가게가 문을 닫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그렇게 잠시 거리를 서성거리다 우연히 서점에 들른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서점에 꽂힌 많은 책들 중 이치노이는 우연히 BL만화책인 너만 바라보고 싶어라는 만화책을 꺼내 들었고,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어째서일까란 질문은 넣어두자. 취향이란 아니 입덕이란 모두 그렇게 시작될 테니까. 사람들의 시선도 모른 채 그녀가 서점에서 첫 BL만화책을 살 때, 17살의 서점 아르바이트생 우라라가 계산을 해 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라라 역시 BL만화의 덕후이다우라라는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또 이야기 할만큼 가까운 친구가 없다. 75세의 할머니와 17살의 소녀,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던 둘은 이 가느다란 붉은 실 한 줄 같은 인연을 이어가고, 그렇게 친구가 된다. .

 

 둘 다 '여자'라는 것 외엔 아무런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 이치노이씨와 우라라가 서로 한 뼘씩, 한 뼘 씩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가까워지는 과정, 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우라라가 이치노이씨의 집을 방문하고, 함께 코믹툰 행사에 가는 길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들이 만화의 주인공을 보며 설레고 둘을 응원하듯, 나도 그렇게 설레고, 둘을 응원하게 된다 이치노이씨의 집 툇마루에서 이야기를 하며 보내는 시간들은 서로를 아주 조금씩 달라지게 만든다. 평온하지만 조금은 생기를 잃은 것 같았던 날들을 보내던 이치노이씨가 만화책이 출간되는 간격을 꼽다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 하고, ‘나 같은 게라고 생각하며 자신감이 없었던 우라라가 이치노이씨의 응원(충고가 아닌 응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에 처음으로 보기만 했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할 때는 그녀의 성장에 함께 뿌듯해지고, 기뻤다.  

 

툇마루...’ 는 그야말로 읽는 내내 툇마루에 앉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듯 다정하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75세의 이치노이씨는 왜 이토록 사랑스러운 것일까.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사랑스럽다라는 책 뒷 표지의 글이 그 답을 말해준다. 체력이 약해져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다음'은 없다는 것을 아픈 기억을 통해 알고 있는 그녀가 코믹툰 행사에서 힘을 내 오히려 지친 우라라를 데리고 그토록 좋아하는 작가를 향해 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걸(?)크러쉬'가 무엇인지, 진짜 어른의 모습,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시작은 ‘BL’이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함께 응원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시간과 공간이라도 넘어서서 우정을 나눌 수 있음을 다시 기억하며, 이치노이씨가 좋아하는 만화의 다음 책을 기다리듯 나도 우라라가 어떤 만화를 그려내고, 어떻게 변해갈지, 이치노이씨의 삶은 얼마나 더 재미있어 질지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브로맨스'보다 더 멋진 것이 '자매애'라고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믿고, 둘을 응원한다.

 

이치노이씨의 말처럼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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