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책의 이 제목을 보고 순간 뭔가 비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도 살라고? 내가 죽은 사람이야 뭐야' 하는 생각으로. 그러나 비뚤어진 생각들이 흔히 그러듯 나의 생각은 책을 보면서 서서히 바뀌어 갔다.
오히라 미쓰요. 불행을 타고난, 그러나 행복을 찾은 사람. 불행을 타고났다는 말은 조금 틀릴 수도 있다. 어릴 적 왕따가 그렇게 비뚤어진 방향으로 나가지만 않았다면, 그녀도 보통 사람들처럼 자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심한 왕따로 할복자살이라는 큰 사건과 함께 세상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세상 밑바닥. 보통 사람들은 가까이하길 두려워하고 꺼리는 곳. 하지만 미쓰요가 보여주듯 그곳의 사람들은 결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단지 다른 사람이고, 지나친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세상의 밑바닥에서 미쓰요가 배운 것은 무엇일까. 그 점에 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즈음을 지나며 읽는 동안 제목의 의미를 깨달았다. 죽는다는 게 그렇게 편한 건 아닌데, 죽으려는 사람들. 인생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난다. 그러나 주위사람들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미쓰요. 그녀는 살았다. 살아났다. 희망을 가지고, 확신을 가지고. 미쓰요가 죽지 못했던 할복자살. 그때 죽지 않았던 것이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쓰요는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지금도 이 사람이 정말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