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힘
조 스터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프롬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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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뉴스에 나온 걸 보고 흥미가 당겨 오랜만에 서점 나들이!

두껍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한국과 동시대에 경제개발을 해온 동아시아 국가들을 서로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정책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일단, 스터드웰은 우리나라를 최적의 성장 전략을 찾아낸 국가로 묘사하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박정희다.


스터드웰의 주장은 이렇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1번 토지 정책, 지주에게 토지를 몰수해서 가족농에게 분배하고

2번 제조업 정책, 가족농들이 저축을 하면 그 돈으로 수출 중심 제조업체들을 키우고

3번 금융 정책, 금융을 통제해서 은행이 단기적 이자놀이 대신 장기적 국가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1번은 이승만 때다. 이때는 다른 나라랑 비교해봤을 때 평타 정도다.

토지를 엄청 많이 몰수해서 나눠준 건 아니지만, 그나마 업체를 키우기 위한 저축금 정도는 확보됐다.

2번이랑 3번은 박정희~그 이후인데, 박정희가 진짜 정책을 잘 썼다. 본인이 나름대로 독일 역사를 공부해서,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재밌는 건 당시 주류 경제학은 이미 신자유주의 경제학이었다는 거ㅋㅋ 그걸 안 믿고, 자기가 공부한 대로 밀고 나갔다. 

(근데 기업인들을 진짜로 감옥에 가두고 협박도 했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선 아직 쉬쉬 하고 있는 거 같은데, 해외에는 이미 유명한 모양ㄷㄷㄷ)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금융을 통제->개방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IMF가 터지면서 이게 저절로 이루어졌다는 거.

그렇다고 IMF가 엄청 좋았다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긴 한데, 그렇다곤 해도 다른 나라랑 비교하면 그나마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거.

스터드웰 말만 보자면 IMF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나 싶은데, 솔직히 내가 체감하기에는 그 뒤로는 계속 경제침체 상태인 것 같다.

국가 단위로 생각할 때랑 가정 단위로 생각할 때랑 그냥 다르다고 해야 할지...잘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그냥 한 개인이고, 내가 느끼기에는 나라 전체가 우울해지고 활력이 떨어진 것 같은데,

경제 지표를 보자면 다른 나라랑 비교해볼 때 엄청난 성장을 이룬 건 맞다.

그치만 우리 집도 IMF를 기점으로 되게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런 성장이면 차라리 성장 안 했음 좋겠기도 하다.


재밌는 건 우리나라의 정부도 기업도 다 굉장히 부도덕하다고 생각했는데,

동남아시아 국가들 보니까 거기는 국가 전체가 완전 콩가루다.

우리나라랑 비교하자면 똑똑한 부도덕과 멍청한 부도덕이라고 해야 하려나. 

어차피 인간은 부도덕한 존재라서 탐욕을 제어할 장치가 없으면 어느 나라든 똑같단다. (딱히 우리나라 인간들이 이상한 건 아니라는)

근데 동남아시아는 정경유착이 너무 심해서 완전 망한 거다. (그래서 박정희가 기업인들을 그렇게 잡아가두고 협박했나;) 

이 책을 보고 있자니, 박정희는 칭찬해줘야 하는 게 맞다. 어르신들이 그렇게 박정희 좋아하는 데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근데 본인들은 제일 가난한 상태이고, 계속 국가를 위해서 희생해왔는데...

박정희식이 좋다는 거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개인들이 희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지? 

자기 자신을 그냥 국가를 인격화시켜서 동일시하고 있으니까 저런 정신승리가 가능한 건가?

역시 좀 신기하다.


그리고 중국은 이미 최대 경제대국이라고들 하고, 중국이 망하면 세계가 다같이 망한다는 소리도 엄청 많이 들었는데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한 느낌이랄까.

중국의 성장이란 게 사실은 되게 아슬아슬하다는 거. 그 특유의 통제랑 인구 규모가 조만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거!

이 책이 나온 건 중국발 위기가 터지기 전인데도, 조 스터드웰이 진짜 분석을 제대로 했구나 싶다.

중국은 이런 저런 점을 고치지 않으면 경제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거.

그리고 인구 규모 면에서 이미 전체적으로 노령화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것도 큰 문제라는 거.

지금 중국 경제위기가 터지고, 그 원인을 분석하느라 난리인데...이 책은 이미 한발 앞서서 미래를 다 내다보고 있다ㄷㄷㄷ


앞으로 각국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읽어둘 만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일단 토지부터 재정비하라고 한다. 근데 솔직히 정경유착이 너무 심해서 스터드웰 생각에는 앞으로 제대로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거.

일본은 통제 경제 관두고 이젠 자유 경제로 좀 전환해야 발전이 가능하고(일본은 농산물 보호 정책이 너무 심하다고)

중국은 정책 부분에선 계속 통제를 유지하고, 대신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단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사실 우리나라를 분석한 게 너무 재밌었는데, 그게 다른 나라들의 상태를 보여주면서 같이 비교하니까

뭐가 잘했고, 뭐가 잘못했고 하는 게 더 잘 이해되어서 그랬던 것도 있다.

생각 정리할 겸 리뷰를 쓰다 보니 뭔가 엉망진창이 된 것 같긴 한데 암튼...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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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 열여섯 마리 고양이와 다섯 인간의 유쾌한 동거
이용한 글.사진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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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작가님의 믿고 보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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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포수 이야기 낭만픽션 2
구마가이 다쓰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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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포수의 이야기>는 나오키상과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동시에 수상한 이례적인 책으로, 일본 동북지방에서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겨운 운명 속에서 분노도 연민도 하지 않고 자신의 여인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남자다.

1900년대 당시 일본의 동북지역은 매우 궁핍한 곳이었다고 한다. 부모는 먹고살기 위해 유곽에 딸을 팔았고, 남자들은 일거리가 없어 군에 입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그저 이 소설의 배경일 뿐이다. 소설은 그들이 얼마나 가난하고 헐벗었는지가 아닌, 각 인물이 어떤 삶을 사는지에 집중한다. 비록 곰 한 마리에 생계가 좌우되는 삶이지만 주인공은 마타기(사냥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사냥을 그 자체로 사랑하며 산 속에서 곰을 쫓으며 행복해하는 인물이다. 마타기들은 푸른 하늘 새하얀 설산에서 총 한 자루로 곰과 대면한다. 정적 속에 구름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후두둑 떨어진다. 생생하면서도 지극히 아름답다.
주인공 못지 않게 모든 인물들이 입체적이다. 누구 하나 연민이 가지 않는 이가 없다. 누구는 사냥꾼으로 누구는 광부로 또 누구는 상인으로 누구는 어머니로, 저마다의 이유로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 그들의 이유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겉보기엔 잡놈이라도 그에겐 또 형용못할 사연이 얽혀 있어 결국 등을 토닥여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떤 환경 속에서든 인간의 삶은 지난하기 그지없다. 먹고산다는 것은 왜 이리 무거운지, 그것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며 넘어뜨리게도 한다. 그 혹독함의 멱살을 붙잡고 싸우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지는 건 인간 쪽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후회마저 받아들이는 것인지 모른다. 성숙해진 눈으로 치기 어린 내 과거와 남은 삶,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짊어진 이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주인공의 마지막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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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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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세례를 받지 않고 추리소설을 쓰는 젊은 작가는 한 사람도 없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미야베 미유키

우리나라에선 아직 미스터리를 장르적 소설로 여긴다.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반전 정도가 미스터리 소설에 기대하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마쓰모토 세이초의 미스터리는 '흥미진진한 플롯' 수준을 넘는다. 그의 소설은 인간의 밑바닥과 그런 인간을 만드는 사회까지도 또렷이 응시한다.

성실한 인간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인간을 타락시키는 무수한 어쩔 수 없음을 눈으로 밟아가다 보니 선인과 악인으로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은 존재가 세상의 풍파에 맞서 살다가 타인과 자신을 파멸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런 존재를 만드는 사회는 그럼 악한 사회인가?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회를 보여줄 뿐, 그 속성을 정의내리지는 않는다. 사회는 인간을 악하게 하지만 사회의 구조가 인간의 악함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또 들고 말았다.
천천히 그의 작품을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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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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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스웨덴에도 이런 ‘꼰대 영감’이 있나?

솔직히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으며 든 생각은 그랬다. 오베라는 59살의 이 남자는 아이패드를 사러 가서 이게 컴퓨터가 맞냐, 키보드가 왜 없냐, 하며 꼬투리를 잡는다. 점원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만 오베는 “내가 그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냐”며 도리어 역정을 낸다. 딱, 지하철에서 종종 마주치곤 하는 ‘꼰대 영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여대생의 치마 길이를 보며 망조가 들었다고 중얼대는, 우측통행을 하지 않는다고 바쁜 사람 붙잡고 훈계하는, ‘하여간 요즘 것들은’ 하며 혀를 차는 바로 그 영감님 말이다.

오베는 이제 세상엔 제대로 된 사람이 없고, 진짜배기도 없다고 중얼거린다. 이웃들은 죄다 전구 하나 갈지 못 하는 얼간이들과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 막돼먹은 놈들뿐이다. 자신을 이해해주던 사랑하는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에선 명예퇴직을 당했다. 59세, 살고 싶지도, 살아갈 이유도 없지만 자연사하기엔 아직 이른 나이다.

오베는 자살을 결정한다. 물론 그는 민폐 끼쳐가며 자살하는 그런 몰상식한 인간(?)이 아니다. 사후 처리를 위해 유언장을 상세히 작성하고, 깔끔한 자살 방법을 골라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하필 앞 집에 이사온 남편은 얼간이, 아내는 민폐덩어리인 가족이 자살을 방해한다. 그들은 주차를 하다 우편함을 부수질 않나, 고양이가 죽어가니 보살펴달라고 하질 않나, 창문을 수리한다고 설치다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이사온 날부터 내내 법석이다.

그런데 이 오베라는 남자가 입은 좀 험해도 책임감 하나는 끝내주게 강해 얼간이 이웃을 계속 도와준다. 게다가 동상에 걸린 고양이를 계속 돌본다든가, 커밍아웃한 게이 청년을 재워준다든가, 툴툴대면서도 약자를 내버려두는 법이 없다. 소위 ‘츤데레’인 셈이다.

어쩜 그런 오베에게 필요했던 건 다른 아닌 ‘꼰대 통역자’인지도 모른다. 원칙과 소신을 갖고 평생 살아왔지만 세상으로부터 ‘무쓸모’ 딱지를 받고 죽음을 생각한 오베였다, 그런 그의 속마음을 알아봐주고, 또 행동으로 옮기게끔 도와준 주위의 ‘얼간이와 민폐덩어리 들’ 덕에 어느새 오베는 미친 늙은이에서 사랑스런 할아버지로 재평가된다.

그런 오베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자기 집 화단에 매일 오줌을 싸는 개가 있다.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개 주인은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며 오베를 미친 영감탱이라 욕한다. 화가 난 오베는 오줌을 쌀 때 개가 쇼크를 받게 전기충격기를 설치하려다 포기하고 만다. 그는 생각한다. “그들은 그런 꼴을 당해도 쌌다. 그가 관둔 건 어쩔 수 없이 사악해지는 것과 안 그래도 되는데 사악해지는 것 사이의 차이를 누군가 진작에 일깨워줬었다는 걸 기억했기 때문이다.”(304쪽)

오베의 인생을 상상하며, 나는 진저리나게 싫어하는 ‘꼰대 영감’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다. 여자에게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게 만드는 꼰대 영감, 커플의 스킨십에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했다’며 삿대질 하는 꼰대 영감, 그런 영감님들이 자라온 환경과 삶에 대해서.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고자질을 하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몇 달씩 방향이 다른 기차를 타고, 가족을 위해서 온 집의 가구며 전자기기를 수리해온, 성실하고 우직하고 순수한 영감님들을. 이해 못할 세상의 온갖 변화들에 분노하면서도 그런 세상의 구성원들에게 책임감을 갖고 돌보(아버리)는 영감님들을.

내게 이 책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주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서로를 혐오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처럼 굴고 있다. 오죽하면 ‘혐오주의’란 말이 생겨날 정도다. 여자를 혐오하고, 노인을 혐오하고, 특정 지역을 혐오하고,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격렬한 혐오 끝에 과격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오베를 보면서 혐오가 가능한 것은 대상을 단순화시켜 재단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삶과 연관시켜 들여다보면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켜버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질 것. 내내 욕을 먹고도 오베에게 사프란을 곁들인 치킨을 가져다준 이웃집 여자처럼. 그래서 오베가 이웃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일꾼이 된 것처럼.

‪#‎오베라는남자‬ ‪#‎다산북스‬ ‪#‎다산책방‬ ‪#‎북유럽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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