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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궁금해 - 당신의 고양이를 이해하는 101가지 열쇠
마티 베커.지나 스패더포리 지음, 박윤정 옮김 / 펜타그램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지금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나중에 꼭 고양이를 키우려고 생각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에게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고양이의 짧고 부드러운 털이나, (강아지에게서는 복실복실한 털이 연상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길고 단단한 꼬리 같은 것들, 또 밤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눈동자 같은 것들에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내가 키우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고양이는 독립적이기 때문에 주인의 행동에 따라서 울고웃고 하지는 않지만, 대신 오랜 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조금씩 쌓아온 애정으로, 언젠가 고양이가 주인을 향해서 마음을 연다면 강아지보다도 훨씬 큰 감동을 받고, 또 애착을 느끼게 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혼자서 살게 되면 꼭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름 고양이에 대해서 몽실몽실한 각지각색의 상상을 키워왔었다. 그리고 이 책은 고양이 키우기의 전초전과 같은 느낌으로 읽은 것이었다.
이 책에 대해서, 라기보다는 난 아무래도 고양이에 대한 내 생각에 대해서 자꾸 말하게 되는 것 같다.
고양이에 대한 환상을 철저하게 깨워주었을 뿐더러, 고양이는 강아지와 비교도 할 수 없이 키우기 까다로운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라면 어디를 만져도 그 부분이 아프지 않는한 주인을 물지 않을 것이며, 설령 주인의 손길이 귀찮다 하더라도 꾹 참고, 오히려 그 상황에 대해서 기쁨을 느끼려 애쓸 것 이라는 게 지금도 개를 키우고 있는 내 생각이다.
또 강아지를 줄에 매고 다니는 것처럼 고양이를 줄에 매고 가까운 거리로 볼일을 보러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전혀 특별할 것 없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한편으로는 고양이는 내가 바쁜 일이 있을 때 혼자 내버려 두어도 고고하게 창턱에 올라 앉아 햇볕에 잠을 졸며 시간을 잘 보낼 것이라고도 생각했고 말이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나의 고양이에 대한 환상들을 모조리 깨주었을 뿐더러, 이제 나는 고양이를 정말 키워도 되는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고양이는 절대로 강아지처럼 인간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으며, 복종하거나 참지도 않는다.
짜증이 일면 주인을 얼마든지 할퀼 수 있는 것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양이의 행동에 대해서, 또 자신의 고양이의 성격에 대해서 가졌던 의심들을 말끔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처럼 고양이에 대해 핑크빛 환상을 가졌던 사람에게는 책임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고양이 입양을 고민하게 될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도 들고 말이다.
만약 내가 이 책을 보지 않고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더라면,
나의 고양이는 상당히 포악하고, 또 제멋대로인데다가, 규칙도 지키게 할 수 없다든가, 굉장한 병이 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많이 당황하게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볼이라고해서, 고양이는 털이 뭉쳐진 공 같은 것을 토해내고,
주인이 자리를 한참 비우면 베개나 소파에 오줌을 싸면서 주인을 그리워할 수 있고,
생각없이 TV를 보며 쓰다듬다가 물릴 수 있고,
의자나 침대 다리는 온갖 흉터로 뒤덮일 것이며,
날아다니다가 각종 장식들을 깨버릴 수 있다...
고양이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되어도 문제는 계속 되는데, 주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고양이가 줄 최고의 선물이 기절한 쥐라는 사실은 거의 나를 공포에 떨게 했다.
사실, 내가 고양이에 대해 가졌던 굉장한 환상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접한 고양이의 실체때문에 아무래도 고양이에 대한 나쁜 점들만 생각나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두 살된 푸들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아직도 가끔 이 푸들이 말을 안 들을 때 "정말 속상해! 왜 저렇게 못되게 구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행동조차도, 고양이에 비한다면 가장 온순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게는 강아지를 키우는 게 가장 어울릴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가 강아지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정보도 알려주었는데, 오히려 고양이를 더 많이 키우는 나라들도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 고양이를 그렇게 많이 기를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은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서 눈보라 치는 겨울에 9미터나 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던 일에 대해서 짤막힌 일화로 소개했다.
고양에게는 고양이만의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강아지보다 훨씬 나은 애완동물이라는 것이다.
강아지를 길러왔던 내게는 고양이의 많은 성질들이 굉장한 단점으로만 여겨지지만, 오히려 그 점들을 장점으로 받아들여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했다.
나는 이 저자들의 책인 "강아지가 궁금해"도 읽었는데, 그때는 지금 내가 키우고 있는 개에 대해서 올타쿠나 싶은 생각을 많이 했고, 또 속이 시원해지기도 했다.
그 책에서는 주로 강아지를 이렇게 잘 대해주면 강아지가 이렇게 행동이 바뀔 수 있다! 같은 내용이 많았는데
"고양이가 궁금해"에서는 주인이 어떻게 인내해야하는지, 고양이의 어떤 행동이 무엇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역시 고양이는, 기른다기 보다는 같이 산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고양이의 허실에 대해서 잘 알려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