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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사는 건 가능합니까
임재훈.전진우 지음 / 달 / 2015년 3월
평점 :
지금 20대와 30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 조금 넓게 본다면 10대까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을 스치듯이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정말 순간적인 생각이었을지라도, 한 번쯤은 누구나 생각해봤음직한 것들. 하지만 그 작은 생각들을 붙잡고 깊게 고민하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정리해나갔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들이 부러우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를 말로, 혹은 글로 정리하여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떠한 형태든 제3자에게 공유할 수 있게 만든다는 건 그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고 나만의 해석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책에서 내가 했었던 고민과 생각들에 대한 저자들의 해석을 들을 수 있어 이 책을 읽는 시간이 값지게 느껴졌다.
‘왜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휴학을 하고 복학을 하고 졸업을 앞두면서 제일 많이 한 생각중 하나였다. 두어번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고 친구들과 나의 생각이 조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취업 말고도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그게 정말 나한테 맞는 걸까’,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거 먼저 해보고 취업도 생각해보면 안될까’ 와 같이 취업 자체를 내 선택지에 두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게 나한테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이 이유가 제일 컸다. 입시미술을 배운 적도 없고 포토샵의 ㅍ도 모르면서 시각디자인 복수전공을 하겠다고 달려들 때도 비슷했다. 비실기 전형이 있기에 복수전공을 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성적을 잘 못 받는다던가 졸업전시를 해야한다던가 하는 문제는 부차적이었고, 일단 내가 하고 싶으니까. 지금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먼저 였다. 저자들도 비슷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를 갖게 되었다. 어딘가에 속한 안정감이 좋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나’의 명확함을 추구하는 사람들.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다만 내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생각은 했으나 명료하게 정리해내지 못한 것들을 그들은 해냈다는 점에서 공부하는 자세로 읽게 되었다. 말이 오고가는 실제 대화 형식이나 한 가지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적어 나눈 메일의 형태라 생각의 흐름을 더 쉽게 따라갈 수 있었던 것도 있다.
나는 나의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상대방의 철학에 대해 질문할 수 있을까.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질문에 대해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철학은 있는 것 같으나 단단하게 구체화시키지 못한 것 같고, 생각을 물어보고 나누는 대화를 어려서는 잘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요새는 소비적인 대화만 나눴던 것 같다. 자신만의 구체화된 생각을 가진 사람은 눈빛이 좋고 표정이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님들을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만약 대화를 나눠본다면 그들이 가졌던 고민과 생각의 깊이가 고스란히 느껴질 거라고 확신했다. 한 번 읽으며 그들만의 철학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니 두번째 읽으면서는 나의 ‘철학’을 정리해보려 한다.
그러니 철학이 별다른 게 아닌 거죠. 대단한 발견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사상적 토대, 기본 밑바탕을 알아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 P14
문제에 조금 더 본질적으로 다가가다보면 포기할 것과 포기 못할 것들이 가려질 거야. 그렇게 자신만의 시계를 찾고, 자신만의 사이클을 찾아서 나름의 행복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 P29
결국 외롭지 않으려면 같은 색깔을 찾을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색깔을 인정해야 할 거야. 애초에 색깔이 달랐음을, 같은 색깔이란 존재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돼. - P141
각각의 개인에게 ‘나다움‘이 필요하다면, 연인에게는 ‘우리다움‘이 필요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일반적인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거나 비교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두 사람밖에 모르는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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