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구 평론선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평론선집
이헌구 지음, 차선일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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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와 30년대 우리 시문학사에서 카프의 프로문학 진영과 첨예한 논쟁을 벌인 것은 해외문학파였으며, 해외문학파의 대표 논객이 바로 이헌구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외문학파의 최대 무기는 해외의 문학사조와 이론들을 일본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받아들였다는 데에 있다. 카프가 그 이론적 바탕을 일본에 기대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이는 차선일의 해설에서도 지적한 바이다.

이헌구 평론의 빛나는 지점은 카프의 주장을 매우 논리적이고 이론적으로 반박하고 방향성까지 제시했다는 데에서 찾아진다. '외국 문학과 조선 문단', '푸로 문단의 위기', '문학 유산에 대한 맑스주의자의 견해' 등은 해외문학 뿐만 아니라 프로문학에 대한 그의 식견과 명석한 판단이 돋보이는 글들이다.

이 평론 선집에 수록된 글들만으로도 그의 문학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 것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프로문학에 대한 논리정연한 비판을 비롯해 극예술에 대한 관심, 세계문학과 조선문학의 관계에 대한 전망과 제시 등은 그의 문학사상이 매우 거시적인 시각에서 형성되어있음을 방증한다.

개인적으로는 이헌구가 '해방기념 시집'의 서문을 썼다는 사실이 가장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해방 전 몇 건의 친일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게 되었으나, 비교문학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최근의 흐름에서 이헌구의 작업을 통해 새롭게 발견될 가치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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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진 평론선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평론선집
김기진 지음, 오태호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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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진 평론선집을 보며 지만지 평론선집의 의의가 이런 데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김기진이 우리 문학사에서 신경향파 문학의 선구자이며, 카프의 전신인 파스큘라를 조직했고, 카프 내부에서도 임화나 박영희 등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아쉽기 그지 없다. 아마 이번 평론선집이 김기진의 평론을 대중적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는 김기진이 1940년대 들어서며 보였던 극단적 친일 행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2002년 역사문제연구소가 선정한 42인의 친일문학인 명단에 김기진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그의 친일 행적은 매우 안타깝고 일면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신경향파 문학의 태동과 궤멸의 역사가 김기진을 제외하고 논의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박영희와 벌인 '내용와 형식 논쟁' 및 임화와 벌인 '대중화 논쟁'은 카프 내부의 치열한 방향성 탐색의 지형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책에 수록된 '단편 서사시의 길로-우리의 시의 양식 문제에 대하여'와 '예술의 대중화에 대하야'는 임화 연구자 및 프로문학 전개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독해야 할 글이다.

아쉬운 점은, 김기진의 친일적 평론이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 뿐만 아니라 문학사에서도 친일 문제는 매우 수치스럽고 뼈아픈 지점이다. 그러나 외면해서는 안되며 외면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학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도 있다. 심지어 그는 대한민국정부로부터 두 차례나 훈장을 수여받은 문학가가 아니던가. 사적인 궁금증이기도 하지만, 팔봉의 친일 평문을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기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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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 평론선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평론선집
김억 지음, 김진희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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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김억에 대해 널리 알려진 사실은 김소월의 스승이었다는 것과 번역시를 즐겨 소개한 시인이라는 점일 것이다. 시인으로서 김억은 우리 문학사에 프랑스 상징주의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문단에 대유행시키는 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문예사조로서의 상징주의가 1930년대 이후 뚜렷한 실체없이 사라져버렸다고 평가되지만, 사실상 상징주의는 우리 시의 내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고 보아야 할 지 모른다. 어쨌거나 시인으로서 김억이 우리 문학사에 끼친 영향은 실로 지대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잘 모르는 또 하나의 김억은 비평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단순히 프랑스의 상징주의를 소개한 것에 그치지 않고, 번역시를 새로운 창작의 영역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이 책에 수록된 '譯詩論'은 시 번역을 창작작업으로 여겼던 그의 시론을 확인할 수 있는 시론이다.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번역 작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론을 다루었다는 점도 시인이자 동시에 비평가였던 그의 고뇌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번역시로 그의 시 생애를 시작하고, 외국 문예사조를 소개하는 것으로 문학가로서의 이름을 널리 알린 김억이지만, 그는 무엇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시적 방법을 천착하기도 했다. 그 고뇌의 산물이 바로 '격조시형론 소고'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시에 적합한 음악성과 형식에 대한 치열한 탐구였다. 김억의 애제자인 김소월의 민요시는 이러한 김억의 사상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 평론선집에는 김억이 김소월 사후에 그를 기리며 쓴 '김소월의 추억'이라는 글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글은 전시기 이후 문교부 발행 국정 국어교과서에도 실린 유명한 글이다. 전문을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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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 평론선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평론선집
김기림 지음, 김유중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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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의 대표적인 시론과 비평문을 원전 그대로 소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송욱은 김기림을 "그보다 훌륭한 시인은 이 나라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뛰어난 시의 비평가를 이 나라의 신문학사에서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사실 김기림은 비전공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비평가이고,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에 실린 '바다와 나비'의 시인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김기림의 빛나는 업적은 시론과 비평에 있었다. 특히 한국의 모더니즘 시문학의 판은 김기림에 의해 짜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상, 정지용, 김광균, 오장환, 장만영, 백석 등이 당시 김기림의 비평에 의해 당대의 중요한 모더니즘 시인으로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

지만지의 평론선집은 김기림 시론과 비평의 핵심적인 글들을 모아 실었기 때문에 전집을 보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초기의 시론 '오전의 시론'을 비롯하여, 그의 대표 시론인 '모더니즘의 역사적 위치', 이른바 과학적 시론이라는 지향점을 담은 '시와 과학과 회화' '과학과 비평과 시' 등은 그의 명문으로 꼽힌다.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과학적 시론은 언어학, 심리학, 사회학을 통섭적으로 융합한 웅대한 스케일의 학문이었다. 안타깝게도 김기림이 한국전쟁 직후 서울 거리에서 북한 기관원들에게 연행되어 북송된 이후 그의 행적은 알려진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시론이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 우리 문학사의 손실이라고 생각된다. 김유중의 해설이 명시했듯, 김기림은 한국 모더니즘의 대부 역할을 했던 시인이자 비평가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당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민했던 지식인이자 학자이자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모음집이 아니라, 문학과 사상을 통해 한국사의 질곡을 치열하게 살아냈던 한 지식인의 열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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