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 평론선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평론선집
김기림 지음, 김유중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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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의 대표적인 시론과 비평문을 원전 그대로 소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송욱은 김기림을 "그보다 훌륭한 시인은 이 나라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뛰어난 시의 비평가를 이 나라의 신문학사에서 찾기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사실 김기림은 비전공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비평가이고,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에 실린 '바다와 나비'의 시인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김기림의 빛나는 업적은 시론과 비평에 있었다. 특히 한국의 모더니즘 시문학의 판은 김기림에 의해 짜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상, 정지용, 김광균, 오장환, 장만영, 백석 등이 당시 김기림의 비평에 의해 당대의 중요한 모더니즘 시인으로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

지만지의 평론선집은 김기림 시론과 비평의 핵심적인 글들을 모아 실었기 때문에 전집을 보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초기의 시론 '오전의 시론'을 비롯하여, 그의 대표 시론인 '모더니즘의 역사적 위치', 이른바 과학적 시론이라는 지향점을 담은 '시와 과학과 회화' '과학과 비평과 시' 등은 그의 명문으로 꼽힌다.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과학적 시론은 언어학, 심리학, 사회학을 통섭적으로 융합한 웅대한 스케일의 학문이었다. 안타깝게도 김기림이 한국전쟁 직후 서울 거리에서 북한 기관원들에게 연행되어 북송된 이후 그의 행적은 알려진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시론이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 우리 문학사의 손실이라고 생각된다. 김유중의 해설이 명시했듯, 김기림은 한국 모더니즘의 대부 역할을 했던 시인이자 비평가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당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민했던 지식인이자 학자이자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모음집이 아니라, 문학과 사상을 통해 한국사의 질곡을 치열하게 살아냈던 한 지식인의 열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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