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뮤지컬 <붉은 정원> 원작 소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6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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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을 좋아한다. 도스트예프스키 톨스토이 푸쉬킨 체홉 모두 전설과 같은 사람들이고, 그들의 문학을 읽으면 다른 나라에서는 느끼질 못할 인간 심연의 깊고 광활한 공간을 새롭게 찾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투르게네프의 책은 읽어본적이 없었다. 얼빗 들어는 봤지만 못 읽었던 그의 작품을 읽게 되어서 매우 기대가 되었는데, 책 제목이 심지어 첫사랑이라니. 남녀노소 모두를 설레게 하는 강력한 한방의 제목, 첫사랑. 표지에는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이 고혹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책 자체가 빨리 페이지를 넘기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은 4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표제작 첫사랑을 보면서 서두부터 문체가 다른 러시아 작가에 비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겁거나 관념적이거나 하지 않고 뭔가 아련하고 세련되면서 부드럽다고 할까? 손님들의 모여든 방에서 너도 나도 자신이 겪은 사랑이야기를 할 때,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라는 사람이 입을 열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기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지나이다라는 여성의 캐릭터였다. 지금 21세기에 있어도 멋지고 현대적일 여성의 캐릭터가 당시 19세기에 소설 속에서 펼쳐지고 있어서 매우 놀랐다. 주인공을 줄곧 아프게 하는 것은 안타까웠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지나이다에게 흥미가 갔다. 사실 첫사랑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그것이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고, 그 아쉬움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비극으로 가는 주인공과는 별개로 지나이다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주인공의 머리를 뒤흔들게 만들까가 내내 궁금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조금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지나이다의 운명을 말해주는데 허무하면서도,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첫사랑 뿐아니라 아아샤’ ‘밀회’ ‘사랑의 개가’ 4개의 소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작가인 투르게네프가 마지막 결말을 여운이 확 남게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4작품 모두 훗날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그때를 회상하며 지금의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고, 그때 느낀 바는 무엇이었나 하는 방식으로 정리를 하는데, 이것은 급격한 정리라기 보다는 영화에서 에필로그처럼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보고나면 뭔가 마음이 아련해지고 이런 비슷한 일을 겪었을 나의 혹시 모를 과거를 반추하게 된다. 아주 독특한 매력이었다.

 

 

 

메마르고 추운 러시아의 땅에서 이토록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를 펼치기 위해 아마 작가는 무수한 습작을 했을 거라 믿는다. 오래토록 사랑받는 작품에는 이유가 있다. 달달한, 하지만 씁씁할 것이 분명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인간의 마음을 다룬 작품을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봄이 오고 있으니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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