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뿌쉬낀의 서재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조혜경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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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4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첫 번째로 실린 표제작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은 낯선 사람의 엉뚱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뻬쩨르부르그 길거리에서 너구리털 외투를 입은 남자가 젊은 신사에게 뭘 좀 물어본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둘은 어떤 여자를 보았는냐는 질문으로 해서, 점점 미궁에 빠지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이 남자의 의도가 뭘까 궁금했지만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와 함께 결국 이 소설이 하고 싶은 말은. 질투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두 번 째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은 두 친구가 9통의 편지를 주고 받는 글이다. 결국에는 빌려간 은화 350루블을 돌려달라는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에 소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두 편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도스토예프스키하면 떠오르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죄와 벌>처럼 어둡고 비장하며 심오하며 원대한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보다는 조금 밝고 위트 있으면서 활달한 이야기였다. 그건 워낙 그전에 읽었던 장편으로부터 작가의 성향을 박제한 나의 탓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발랄한 스타일의 단편을 많이 쓴 푸쉬킨이나 고골, 체홉과 비교하면 어떨까 궁금해지곤 했다. 그러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 번째 작품은 ‘꼬마 영웅’으로 한 친척집에 방문한 11살 꼬마가 마르고 창백한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꼬마는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내어 행동함으로써 여인을 돕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는 큰 줄기인데 소년이 성숙한 여인을 마음에 품음으로써 한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잘 묘사했다고 본다.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고 몰입감이 있었다.

네 번째 작품은 ‘크리스마스 파티와 결혼식’으로 아이들의 세계에 어른들이 어떻게 들어가있는냐를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인상적인 구절로 첫 번째 작품 중에 나오는 장면을 다시 읽어본다.

오페라극장에서 우연히 팜플렛을 빌려달라는 메모를 떨어뜨린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삶은 알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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