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선생님이 덴마크 세계시민학교에서 공부한 2학기 동안 느낀 새로움을 잔잔하게 기록하였다. 선생님의 선함이 화악 다가온다. 못나고 악한 모습이 있는 나에게 성찰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그룬비트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배움의 장소를 소개받는 느낌이다. 아껴가며 이제 절반 정도 읽었다. 지리산 작은학교 이야기도 들어 있다. 가 본 적 없지만 학생들과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는 체력이 교사 채용 조건이라는 에피소드를 읽고 내 체력에 대해 가늠해 보았다.
개인주의 사회에서 공동체라는 용어는 낯설다. 어쩐지 불편할 것 같고 어딘지 촌스러운 것 같다. 그러나 기실 함께가 아니면 안 되는 동물이 인간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익명성이 강화된 듯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불행을 당긴 면이 있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것들이 조금만 더 시야를 넓히면 우리 가족, 모두의 벗, 나누어 쓸 것들이다. 아마 지금의 농촌이 직면한 과제는 바로 공동체 복원일 것이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작은 마을에서 너 따지고 나 따지고 사는 일이 더 민망하다. 한편 도시 이주민 역사도 한국의 경우에 50년쯤 되어간다. 도시민들은 이제 바로 도시의 한 귀퉁이가 자신의 고향처럼 되어버렸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공동체 이념이 절실하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기뻐하면서 살때 좀 덜 외롭고 덜 무서울 수 있다. 마을 사업이나 공모 사업의 한계를 알려주는 "마을이 숨쉰다"는 민관협치라는 거버넌스 실천의 정도를 제시해준다. 이제 에너지, 음식, 교환 가치를 공동체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