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의 요령
와다 히데키 지음, 김정환 옮김, 유상근 감수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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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의  와다 히데키가 알려주는 공부법!
- 수능 벼락치기의 결정판, '요령'과 '전략'만이 살 길이다




저자: 와다 히데키
1960년에 오사카에서 태어나 1973년에 중학교에 입학, 고등학교 1학년까지 열등생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자적인 공부법에 눈을 떠 
도쿄 대학 의학부에 현역으로 합격했고, 이후 의사 국가 시험에 합격해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1987년, 대입의 경험을 살린 '와다식 공부법'을 담아 이 책의 원작 <입시는 요령이다>를 출간,
30만 부 판매의 신화를 일으키며 입시 공부의 신이 되었다. 
이후 과외 교사, 입시 학원, 통신 교육 등 입시 산업 속에서 독자적인 입시 지도를 전개했으며, 
그 노하우를 살려 설립한 입시 공부법 통신 교육 '료쿠테쓰 입시 지도 세미나'의 대표도 맡고 있다.
<어른을 위한 공부법>, <학력붕괴>, <학력 재건> 등 
입시 공부법과 성인을 위한 다양한 자기 계발서를 출간하여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단언컨대,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래로 단 한번도 10대 시절을 그리워해 본 적이 없다. 별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입시 공부에 그저 넌덜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구구절절하고 낡은 한탄은 뒤로하고, 어쨌든 대학에 합격해서, 지금 나는 대학생이다. 대학 수업을 듣고, 대학 과제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지난 고등학생 시절의 공부법을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는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을 보기 위해 반납한 10대의 시간만큼, 새내기 때의 나는 대학(大學)을 수학할 수준의 기초 지식이 튼튼했었는가? 
  사소한 나의 방식, 그러니까 필기 습관이나 시험계획을 짜는 스타일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지면, 대학에 와서 나는 공부법을 싹 갈아엎었다. 텍스트를 읽는 법, 의문을 품고 해결하는 법, 텍스트를 요약 정리하는 방식  등 전반적인 많은 면에서 말이다. 마지막 학년을 앞둔 시점에 있는 지금까지도 자주 내 학문적 스키마가 얼마나 부실한지 느끼고 있다. (대학 과정이 6년이었으면 좋겠다고 가끔 바랄 정도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입시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김영사 출판사의 스테디셀러 에세이 <학문의 즐거움>에서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설명하는 이상적이고 충만한 지적 체험의 과정이 절대 아니다!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고2, 고3 수험생에게는 배우고 창조하는 기쁨이 중요해저선 안 된다. (튼튼한 기초가 중요하다고 대체 누가 그러는가?) 합리적으로 시간을 투자하여 빠른 결과를 내는 암기법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입시라는 막막한 벽을 돌파하는 가장 현실적인 정도(正道)이다. 



내가 이 책의 감수를 맡겠다고 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사람이 쓴 이 책이 그동안 내가 읽은 모든 공부법 중에서 우리나라 입시의 본질을 가장 잘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적은 돈과 시간을 들여 대학 입학시험을 정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_<공부의 신>, <성적 급상승의 비밀> 저자 유상근


입시는 요령이다. 요령을 많이 알고 있으면 대학 입시도 운전면허 시험 수준의 암기력 테스트가 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수험생은 요령이 너무 없다. 고지식하게 입시 공부를 한다. 학원에 다니고, 예습을 하고, 정리 공책을 만들고. 이런 것들은 전부 입시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근성도, 재능도, 모의고사 등수도 입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라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_ 와다 히데키

  2017학년도 수능일이 D-day 2인 마당에 이런 책이 다 뭔 노릇인가 싶겠지만, 고2 학생들에겐 아주 꽤나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입시 공부에 있어 제대로 요령 피우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그대로 실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 같다면, 그럴듯 해 보이는 방식부터 선택적으로 도입해보는 게 좋을 듯 싶다. (※일본 책이긴 하지만 참고할 자료로 원서의 교재가 그대로 실리지 않고 국내 교재로 대체되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없다.)

  다음은 책을 쭈욱 훑어보던 중 내 기준에서 꽤나 공감했던 요령법을 옮겨본 것이다.

(1) 마감일효과로 암기 효율을 높여라 
: '벼락치기'와 '친구와의 내기 시험'
(2) 오감을 총동원해 암기력을 강화하라
(3) 시간 활용 기술로 암기 집중력을 끌어내라 
: '90~120분 단위로 공부하기', '아침형 생활'
(4)  시간이 아닌 공부량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라 
(5) 게으름을 날려버리는 여름방학 공부 계획 
: 공부 계획을 세우기 전에 언제 놀지를 먼저 정하라

등등.....


  사실 읽다보면 마음 한켠이 불편해지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저자는 경쟁을 전제로 한 입시 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되려 그 속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줄 뿐이다. 수많은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지금의 방식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 논의되어도 모자랄 판에 이 책은 대학 입시와 관련된 또 한편의 신화로 추앙되고 있는 듯 하여 마냥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평생의 성공과 행복을 보장받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니;;)

  그러나 어쨌든 이 요령 잘 부리는 저자의 처세술은 감수를 맡은 유상근 씨의 말대로 한국 입시의 본질에 가장 들어맞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보 싸움이라는 피터지는 입시 전쟁 속에서 다른 미신들은 다 잊고 온전히 정신을 의지해도 되는 굵은 동앗줄을 찾고 있다면, 그런 학생들에겐 가장 실용적인 책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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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트 -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구글벤처스의 기획실행 프로세스
제이크 냅.존 제라츠키.브레이든 코위츠 지음, 박우정 옮김, 임정욱 감수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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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벤처스의 "기획실행 프로세스"
- 구글은 어떻게 기획하고 실행하는가?



저자: 제이크 냅
구글 수석디자이너. 블루보틀 커피, 23앤드미, 슬랙, 네스트, 파운데이션 메디신 등의 스타트업들과 100회가 넘게 스프린트를 진행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방식을 개발해 냈다.



  급변하며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어떤 분야의 업무든간에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서 능률만큼이나 속도도 중요한 법이다. 될 수 있으면 될 수 있는대로 최대한 느리고, 게으르고, 여유 있게 살자는 근본 없는 인생관을 가진 내가 지내기엔 상당히 불편한 세상인 것이다. (때론 불행할만큼 불편하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손에 쥐고 읽고 있는 모양을 그려보자니 굉장히 어색하다. Sprint. 전력질주. 내 생김새와도 딱히 어울리는 것 같진 않다. 그러나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이들, 그러니까 기업의 경영자들과 디자이너와 같은 시장의 미래를 선도하며 제품, 서비스, 고객 등을 직접 개척하는 이들에겐 이 책이 반갑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신속한데 현실성을 갖춘 방법으로 완벽하고 합리적인 결과까지 도출해 낼 수 있는 신박한 프로세스가 존재한다는 게 아닌가. 


'과연 우리는 충분히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가?' 내가 아는 모든 경영자는 이와 같은 걱정을 한다.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 구글의 기획실행 프로세스인 스프린트가 지닌 특별한 힘은, 중요한 업무를 신속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과정을 단계별로 상세하게 분석한 데 있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스프린트는 모든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방식이다. _베스 컴스톡, GE 부회장


   '스프린트'라는 혁신적인 프로젝트 솔루션은 '브레인스토밍이 효과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죠?'라는 당혹스러운 질문에서부터 기원한다. 마침 저자는 2007년 구글에 입사한 이래로 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브레인스토밍은 당시에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수많은 아이디어 포스트잇을 생성해낼 수 있는 아주 잘 나가던 방법이었다. 그런데 불쑥, 한 엔지니어의 위와 같은 질문이 다가오자 저자는 선뜻 대답할 수 없어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정말로 효과적인가? 지금껏 진행했던 워크숍의 결과를 검토해보면 하나 같이 성공을 거둔 아이디어들은 목소리가 컸던 브레인스토밍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나오지 않았나?
 제이크 냅은 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가질수록, 브레인스토밍이 효율성 측면에서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며 일처리에 있어 중요한 지점을 간과하는 결함을 많이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실제로 '본디 자신이 하던 방식대로'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에 가장 경쟁력을 갖춘 아이디어들을 생산해 낸다는 것이다. 즉, 각자 깊이 생각할 시간이 충분해야하고 그 몰입력이 최상인 상태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자신이 성공적으로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여러 경험들을 상기해 본 후, 중요한 발견을 해냈다.


⑴ 개인적으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할 것
⑵ 마감기한이 넉넉하지 않을 것 
⑶ 즉각적인 질의응답과 피드백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적임자들로 팀을 구성해 한 방에서 작업할 것

등등...


  기본적으로 '스프린트'는 5일이라는 단기간의 제한적인 시간을 설정해 놓고 요일별로 집중적인 업무를 수행해 나가는 프로세스다. 그 과정을 거시적인 큰 틀로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월요일엔 문제를 지도로 나타내고 초점을 맞추어야 할 중요한 부분을 선택한다. 화요일에는 서로 경합을 벌이는 솔루션을 종이에 스케치한다. 수요일에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아이디어들을 테스트 가능한 가설로 바꾼다. 목요일에는 진짜 같은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금요일에는 진짜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한다. (p. 31)

   팀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스프린트' 안에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기법도 있고 새로운 기법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기법들을 정말 세부적으로,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알려준다. 여러 개의 화이트보트와 3×5인치의 포스트잇, 검은색/초록색/빨간색 화이트보드 마커, 작은 점 스티커(1/4인치, 약 0.6 센티미터), 큰 점 스티커(3/4인치, 약 2센티미터), 건강에 좋은 간식 등등의 상세한 준비물부터 점심 시간이 왜 오후 1시가 되어야 하는지, 휴식시간은 몇 분 정도가 적당한지, 테스트에 참석하는 고객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참석을 확인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상품을 어떤 것을 증정하는지, 인터뷰는 몇 번을 하는지, 인터뷰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등 그들의 경험에서 축적된 다양한 꿀팁들을 하나 하나 설명한다. 





  '스프린트'.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프로젝트 수행법'이라는 수식어가 붙길래 얼마나 대단한 건가 싶었지만 첫인상에선 딱히 새삼스러울만한 것이 아니었다. 상식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정말 사소하다, 라는 생각이 드는 때도 많았다. 그런데 돌이켜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식적인 것'과 '정말 사소한 것'이 철저하게 갖춰지고, 대비되고, 지적되고, 정직하게 수행되어야 '가장 혁신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아닌가. 어찌보면 '스프린트'는 회사에서 적절하다 할 수 있는 행동, 긍정적이다 할 수 있는 습관이 가장 극대화, 체계화된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스프린트'가 학교에서도, 비영리기관에서도 수행 가능하고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대학생 신분에서 봤을 때, 음, 물론 도입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가 이 구글 수석디자이너만큼 열정적이고 집요한 적임자이고 일주일을 통째로 시간을 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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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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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울프의 '아름다움의 신화'

- 우리들의 일그러진 여성성 -

 

저자: 나오미 울프

/인종 차별을 비롯한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세상에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진보적 사회비평가이자 페미니스트.



  저자는 페미니즘 역사의 '세 번 째 물결'을 선도했던 대표적인 이론가다. 1920년 미국 여성들이 참정권을 쟁취해낸 역사의 순간, 페미니즘의 첫 번째 큰 물결이 일고나서 1960~1980년 무렵 여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남성 중심 가부장제 비판, 여성의 법률적 권리 신장 등)에 주력하는 두 번째 물결 페미니즘이 일어났다. 그리고 1990년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세 번째 물결의 페미니즘은 백인 외 여성 문제에서부터 동성애 등등 현대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다양한 인권 문제들을 망라하는 넓은 활동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세 번째 물결 페미니즘의 대변자라 할 수 있는 자가 바로 저자 나오미 울프인 것이다.

 소개에 의하면,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1991년에 초판으로 세상에 나왔는데, 당시에 대중으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어 베스트셀러 작품이 되면서 페미니즘의 물결 한 가운데로 우뚝 자리매김을 하고, 지금까지도 명저로 소개되고 있다는 놀라운 책이다. 지난 20세기의 일이긴 하지만 그녀가 당시 여성들 삶의 실상을 무서울 정도로 낱낱이 파헤치며 전개한 개념, 아름다움에 관한 역설, '아름다움의 신화'는 유감스럽게도 2016년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에 관한 절대적이고 거대한 담론이 무너지고여성들에 관한 사회문화적 차별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개선되면서부터 여성도 공적 공간에서든 사적 공간에서든 자기 자신을 개성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그러나나오미 울프는 아직 여성이 해방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아름다움의 양상'이 현대에 와서는 되려 진정한 아름다움에 관한 정체성을 왜곡시켜 개인 여성의 원초적이고 관능적인 모습을 제거하고 현 체제 권력과 시스템의 틀에 잘 들어 맞도록 여성을 가공하는 억압의 굴레로 진화했다고 역설한다훨씬 더 은근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우리를 억압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여성을 왜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으로 병이 들도록 내버려두고 끝내 그녀들이 아름다움의 신화 앞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것인지, 그 신화는 대체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일, 문화, 종교, 섹스, 굶주림, 폭력 등 큰 몇 가지의 목차로 나누어 설명했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친밀한 관계와 성과 삶에 관한 것이라고 여성을 찬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정적 거리와 정치성적 억압으로 구성되었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절대 여성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남성의 제도와 그에 따른 권력에 관한 것이다. (P. 35)


  나오미 울프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발은 치명적이다. 굉장히 무미건조한 말투를 유지하다가도 자기 자신도 여성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직접 혹은 간접적인 피해 경험들을 나열할 때는 한없이 가련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읽는 독자들의 눈을 고문하여 제대로 충격을 줘보겠다는 듯이 끔찍한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성기수술을 설명하면서 입장을 바꿔 남성의 음경을 수술로 훼손하는 것을 그려보는 부분에선 그녀도 스스로 섬뜩했는지 치를 떨었다.)

 아주 공적인 영역인 직장에서부터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침실에서까지 여성들은 너무나도 빈번하게 외모와 옷매무새를 평가받고, 생애의 전반에 걸쳐서 자기 역할의 상당 부분을 가정 안에 쏟도록 학습 당한다. 다이어트, 성형수술, 값비싼 화장품 앞에서 사회가 고안한 '흠 없는 미인상'을 떠올리며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기혐오'라는 구렁텅이로 추락한다. 그녀들은 지방을 새롭게 개념화하여 '군살'이라는 이름으로 병명을 붙이고 제거하고, 성감이 심히 감소되더라도 유방의 크기를 확대시키기 위해 피를 흘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실제로는 거의 무용지물의 액체라는 것이 이미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광고를 믿어보며 거액을 들인다. 기꺼이 그 '실체 없는 미인상'에 맞추기 위해 돈과 정신과 육신을 지불한다. 저자는 묻는다.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꿈꾸는 이상형을 위해 자유롭고 주체적인 선택을 한 것이 맞는지.



  여성을 여성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내면에 있지 않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관해 논하는 외부 환경에서 정작 여성은 소외된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그 사회의 기득권이 규정한 '건강하고 매력적인 여성이 되기 필수템'들이 바로 광대한 시장 안에 있다고 집요하게 유혹하며, 본래 우리가 지닌 고유한 여성성을 '미완의 것', '부족한 것', 심하게는 '병적인 것'으로 치부한다. 우리가 스스로 몸과 정신을 난도질하고 해체하도록 한 뒤, 부위 별로 꼼꼼하게 어서 뜯어 고치라고만 말한다. 권력은 여성이 스스로 '여성이라는 것'에 회의감을 갖고, 자신을 타자화하고, 끝내 자기의 자아상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둔다. 그것은 단지 이성애자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상이 딱 그렇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권력의 본심은 여성의 불안을 시장으로 삼아 그 불안을 증식시켜 이익을 창출하고 자신들의 체제를 더욱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저자 나오미 울프는 말한다. 간절하게 말한다. '아름다움'이라는 허상 속에 갇혀 자학하는 것을 멈추고 여성이 지닌 건강한 본질을,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삶의 가치를 추구해야한다고.


 뻔뻔해지자탐욕스러워지자.

쾌락을 추구하자고통을 피하자마음대로 입고 만지고 먹고 마시자.

우리가 원하는 섹스를 찾고우리가 원하지 않는 섹스와 맹렬히 싸우자.

자신의 이상과 대의를 선택하자.

규칙을 깨부수고 우리가 아름답다는 느낌이 확고해지면,

그러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꾸미고 과시하고 한껏 즐기자.

감각의 정치학에서는 여성이 아름답다. (p. 458)



 

여성 혐오 범죄들이 판을 친다.

임신 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분류하겠다고 정부가 발벗고 나서자

처벌이 무슨 말이냐며 그것이 통과되면 모든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의사들이 항의한다.


범죄의 현장에는

여성의 자궁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먹이는 정부와 의사들의 싸움에는 정작 여성이 없다.

여성이 여성을 위해

여성의 생명권과 존엄한 삶을 위해 맹렬하게 소리를 내며 싸워야 할 장소에서

여성은 이미 피를 흘리고 있거나 죽어있는 상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 정도다.

그 저열함과 천박함이 비참하다 못해 웃기다.

슬플 정도로.

 

여성이 여성을 미워하는 것. 내가 내 자신을 미워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약한 이유다.

 

우리는 권력과 투쟁하기 이전에 거울을 보며 내 자신과 화해해야 할 것이다.

내 자신. . 나를 통해서, 세상과 연결된 둘도 없는 유일한 출구인 ''를 통해

아름다움의 신화 너머로 당당하게 걸어가야 한다.

 

그리고 천진하게 웃어야 한다.

우린, '우리 욕망대로의 우리'인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우린, 우리로 살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그렇게 사는 것이 '당신들이 여성을 위한답시고 꾸며준 신화' 속 보다

훨씬 황홀하고 섹슈얼하고 도덕적이고 건강하며 유쾌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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