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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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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한 페이지를 고른다.
프로이센 여왕 조피 샤를로테가
시녀에게 말하는 부분이다.
"울지 말거라. 네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이제 나는 라이프니츠조차 가르쳐줄 수 없었던
그걸 보러 갈 테니까.
존재와 무의 극한까지 갈 것이다……"
압축기가 땡그랑거리고,
붉은색 신호에 압축판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내 책이 손에서 떨어져내린다.
내벽에 기름칠을 해 녹기 직전의 얼음처럼 미끄러운 통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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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삼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족히 3톤은 압축했을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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