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상처받지 않는 연습 -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여섯 가지 원칙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고고도 그림, 황혜숙 옮김 / 우리학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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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감수성이 높은, 타인의 말과 행동에 민감하여 상처받기 쉬운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이 흔히 겪는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심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어른들에게도 평소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어 어린 시절 상처받은 기억도 치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먼저 상처받지 않는 6가지 마음의 원칙에 대해 알려준다.
첫 번째는 모든 감정은 제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안한 마음이 실은 나 자신을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화를 내는 대신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되면 분명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나를 관찰하여 그런 감정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어려움에 부딪친 사람이므로 거기에 상처입거나 쓸데없이 반격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런 사람을 대할 때는 거기에 반응하여 같이 화가 나곤 하는데, 그럴 때 상처받지 않으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세 번째는 사람의 행동에는 누구나 각자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잘못된 사람은 없으므로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짜증을 내거나 불쾌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뭔가 사정이 있겠지, 저러는 이유가 있겠지하고 생각하면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게 될 거라고 한다.
 
네 번째는 누구나 충격을 받으면 자신감을 잃는다는 것이다. 충격을 받아 좌절하여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하거나 비관적인 미래만 생각하게 되기 쉬운데, 아무리 큰 충격도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한다.

 

다섯 번째는 다른 사람에 대해 쉽게 단정 짓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반발하지 말고 일단 단정의 연결 고리를 끊어버리라고 한다. 자신의 의견은 그 다음에 말해도 되는 것이다. 이왕이면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게 말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누구나 선입견을 갖고 살아가게 마련이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야 좋은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섯 번째는 대신 를 주어로 말하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상대방에 대한 해석과 평가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라는 것이다. 원칙 2를 반대로 생각해서 화내지 않고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말하는 것이기도 한데,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어려워도 자꾸 연습하고 노력하면 욱하는 행동을 자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2장부터는 이 여섯 가지 원칙으로 십대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어지는 형식으로 아이들의 고민과 해결과정을 엿볼 수 있다. 청소년 독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고민 글들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치유 효과도 주고 해결책을 스스로 생각해 보면서 답답한 마음도 많이 풀릴 것이다.
 
·고등 시기에 빨리 진로를 정하라고 권하는 교육이 행해지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그 시절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발견하고 깨닫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고 점차 사회 경험을 쌓아 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될 수도 있으니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선택하라는 말이 청소년 독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 줄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 도서이지만 어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책이다. 특히 부부지간이나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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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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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그림 속의 인물이나 물체나 경치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경험, 아니면 사실주의 그림이 사진처럼 느껴진다던가 하는 경험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모험에 대한 상상은 사실 이전에 다른 작품에도 많이 등장했던 설정인데, 이 이야기에서 특별한 점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러워지고 망쳐졌음에도 버리기엔 아까운 매력적인 그림. 그 그림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고 실제처럼 움직이기까지 한다. 그림에 아바타를 그려넣는다는 것은 낙서를 하는 모양새라서 왠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발자국이 찍히고 구김이 간 그림은 낙서를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게 마련이다. 엉터리로 그려넣거나 그림과의 축척이 맞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은 굉장히 섬세한 부분까지 고려한 규칙이 아닐 수 없다
 
신비하고 아름답지만 세밀한 규칙이 적용되는 정교한 그림이 신중하고 침착한 시로타를 만난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보는 장면에선 그 신기하고 설레는 감정에 한껏 이입되어 오가키처럼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어, 한참 상상에 부푼 동심 세계에 빠져보는 순간이었다.
 
그들이 그림 속에서 만난 또 다른 방문자와의 만남은 뜻밖이면서도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가키의 경계심이 지나친 것처럼 느껴진다. 어린 아이처럼 몹시 반가워하는 모습에 주인공 아이들도 독자들도 약간 어리둥절한 만남이었지만, 예비 고등학생 아이들과 47세의 파쿠씨가 나이를 초월한 우정으로 서로 좋은 동료가 되는 모습이 훈훈하다. 오가키가 마음속으로 혼자 느끼는 감정이나 표현들, 미처 말하지 못하는 마음속 대사가 간간히 웃음을 준다
 
주인공인 오가키 신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외롭고 힘든 내면을 가진 시로타와 밝고 엉뚱한 겉모습 속에 슬픔을 담고 있는 파쿠 씨의 내재된 상실감, 그리고 10년 전 실종된 여자아이의 불행에서 우리는 삶의 어둠을 본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파쿠씨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더욱 정교한 그림 재료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세 사람이 함께 모여 안전한 모험을 시도할 수 있게 되면서 실종 사건과 그림의 의미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사건의 변수로 인해 결과적으로 변화가 일어난 현상 또한 다른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불행을 다중우주론을 통해 해결해보고 싶은 바람은 사실 누구나 막연하게 갖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그림의 주인을 치유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이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사람은 스스로 느끼기에 모두 불행한 사람들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다른 이의 불행을 볼 수 있고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이 먼저 치유되어야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은 결국 자기 자신도 치유하는 힘이 되어 돌아와 더 큰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도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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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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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학자들 10명에게서 인생의 책’ 10권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그 책은 그들에게 어떤 책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서, 그 책들에 대한 저자의 인상과 더불어 인터뷰한 작가들의 성향과 그들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고 또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따져보면 10, 아니 20권 이상의 책과 작품들을 소개받는 셈이다.
 
독자들도 나를 바꾼 인생의 책은 무엇이었는지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어떤 추천도서보다도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기도 하다. ‘인생의 책에 대한 인상을 그들의 삶과 교차시키며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에 이끌려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는 어떤 책과의 만남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작품으로 봤을 때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카프카와 조너선 프랜즈. 우리가 보는 세계를 넘어선다는 저자의 설명을 듣다보니, 살아가면서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들이나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일들이 들추어지는 소설이란 불편하면서도 끝내 인간의 진정한 모습들을 깨닫는 과정을 주는 것 같다.
스물 둘, 사회적 인생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에 모범생의 진로를 수정하게 만든 열정이 부럽다. 현실 참여적이고 적극적인 실천가의 면모를 느꼈다는 저자의 말처럼 진지한 소설로도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신념의 문학적 야심도 믿음직하다.
 
지금까지의 세상에 속았다는 판단을 하기에 적절할 것 같은 청소년 시기에, 각자의 입장이 있을 뿐인 세상을 과연 선악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영화감독 김대우의 이야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모든 논리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해 창안해 내는 것이라고 판단하게 해준 책. 소멸될 것을 알면서도 깨닫는 의식이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비애를 느끼게 해준 한 편의 영화. 그렇게 여러 번의 심리적 전환을 거친 내면의 성장이 나중에 어떤 멋진 작품을 탄생시킬지 기대해 본다.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넷의 역설에 대한 이야기도 주의를 환기시킨다. 인터넷으로 정보의 평등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지적 빈자를 돕고 부자에게는 해를 주는 TV와는 달리 인터넷은 정보의 진위나 가치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지적 빈자들에게는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이다. 정보를 거르는 훈련이 없는 사람들은 잘못된 교육을 받게 된다는 건 사실 자명한 일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선별과 여과의 긴 과정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의와 권력이 언제나 대치되는 세상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진실을 모른다면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라는 말도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과 내면에 눈뜨게 해 준, 깜깜했던 집에 불이 한꺼번에 켜지는 것 같았다는 책.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을 얻게 해준 책. 내 철학적 관심과 내 궁극적 질문이 담겨있었던 책.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해준 책.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가 들어 있었다는 책 등등.
 
누구나 살아가면서 그런 책 한 권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지만, 선뜻 그런 책을 꼽을 수 없다 해도 당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많은 책들 중에 자신에게 의미 있는 책이 어디 정해져있는 것은 아닐 테니. 같은 책이라도 그 순간 그 의미와 만남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 삶이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낄 만큼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민음사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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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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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짧은 이야기들이 담긴 단편 모음집이다. 각 이야기마다 긴 여운을 남기며 독자를 또 다른 상상 속으로, 삶에 대한 정답 없는 사색들로 이어지게 하여 특별한 느낌을 준다. 

<거기 누구 없나요>에서는 오래되고 묵직하여 부담스러워진 존재의 입장이 되어본다. 처음에 필요했을 땐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쓰임의 수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니면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그런 존재가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주인과 헤어진 후 다신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을 것을 아는 그. 먼지 쌓인 진열장 속에 놓인 그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잊혀진 것은 아니다. 기억 속에서 가끔 떠올리며 함께했던 추억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일상 속에서도 사용하다보면 손에 익어 자꾸 찾게 되는 물건이 있다. 특히 예술이나 창작과 관련된 도구라면 그 작업을 수월하게 해주어 그 도구가 작업자를 잘 도와주는 듯한 느낌이 크게 들지 않을까 싶다. 나도 예전에 그런 물건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잠시 독자들을 어렴풋한 기억 속의 시간으로 보내준다.
이 물건에 대해 잘 모르는 요즘 학생들에겐 수수께끼처럼 알쏭달쏭한 물건일지 모른다. 시험문제에 출제되어 지문에 나오는 ‘나’의 주체가 무엇인지 알아맞히라는 문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어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오로지 나를 통해 가치 있는 무엇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될 때, 나의 가치가 그로 인해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시작되는 사랑이 있다. (p70)


<완벽한 룸메이트>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생활 하면서 전혀 민폐를 끼치지 않는 완벽한 룸메이트는 우리가 꿈꾸는 룸메이트일까. 원하는 스타일의 룸메이트 구하면서 만나게 된 K. 운동, 식사, 출퇴근 등 늘 자신이 정한 시간에 정확하게 움직인다. 1인분과 2인분은 별 차이 없다며 아무렇지 않게 룸메이트의 식사까지 준비해준다. 서로의 사생활을 공유하지 않으면서 사무적으로 지내지만 곤란한 상황(생활상의 불편)이 생기면 모두 해결해준다. 가끔 친구들을 데려와 소란스럽게 해도 늘 괜찮다는 입장을 일관하며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배려와 수고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이런 룸메이트와 산다면 참으로 마음도 편하고 생활도 편리한 일상들이 이어질 것만 같다.

규칙적이고 지나치게 정돈 되어있는 생활 패턴에 전염되어 본인의 생활도 단순해지고 시간적으로 여유까지 생긴 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K의 영향으로 자신이 부지런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쓸모가 적어지니 오히려 게을러지고 간단한 일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의지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줄어들어 뭔가 허전하고 무력해져도, 하루하루가 지극히 평화롭고 정돈된 일상으로 여겨질 뿐.
이야기를 들을수록 결혼 생활에서의 파트너십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이기적인 입장에서 생각하는 완벽한 룸메이트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때로는 동화처럼, 때로는 수필처럼,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을 순수한 마음을 일깨워 주기도 하고, 어린 시절에 바라보던 세상을 다시 떠올려 보며 아련한 생각에 잠기게도 해준다. 각자의 삶이 부딪히고 나누어지면서 이루어지는 인생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이의 관점이 되어보는 상상도 즐거운 명상이다.


(소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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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학원 북멘토 가치동화 20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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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가 비싸서 원래는 다닐 생각도 못했을 명품학원. 공짜니까 한 달만 다녀보라는 엄마들의 성화에 못 이긴 여진과 미지가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초등 5학년 아이들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에 내몰리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담겨있는 책이다.

 

어려운 학원 숙제에 어려운 학원 시험에 새벽까지 공부하며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도 숙제를 다 할 수도,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여진의 모습이 안타깝다. 옆자리에서 수업시간에 졸기만 하는 승자는 공부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였고, 그런 점에서 요리를 좋아하는 여진과 비슷한 처지다. 옥상에서 도시락을 나눠먹게 되면서 승자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그의 쌍둥이 형제인 승리는 A반에서 1등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승자와는 달리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반을 목표 직업군으로 분류하여 A에서 A-3반까지 4반으로 나누고 시험 점수를 게시판에 붙이는 방법으로 숨 막히는 경쟁 구도를 만들어 다른 생각은 할 수 없게 하고 앞만 보고 달리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비효율적이고 다양성 없는 교육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여진이가 어려운 시험지를 풀지 못하는 절망스러운 상태에서 승자가 보여주는 답안지를 정신없이 베껴 써낸 것도, 시험 점수로 평가받는 시스템에서 오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가져온 부작용이다. 안 된다는 도덕심보다는 혼나지 않는 것이 우선이 되는 불안한 마음에 휩싸이게 만드는 것이다.

 

승자 덕분에 받은 백점은 엄마의 더 큰 기대로 이어져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는 현실이 더욱 절망적이다. 성적은 한 번의 결과로만 평가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어야만 대우를 받는 법이다. 엄마가 무서워 벌이게 된 승자의 부정행위에 가담하여 여진은 한 번 더 백점을 받게 되었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더구나 A반으로 올라가니 공부는 더 어려워져 산 넘어 산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을 강요받으며 우리 학생들은 고생스러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학원 시험 성적에 충격을 받고 “나는 바보 인가봐.”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미지와 어려운 시험을 치른 후 본 실력이 탄로 난 것보다 옆자리 아이가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눈빛에 더 화가 나는 여진을 보면서 독자들도 답답하고 억울한 기분에 공감을 느낄 것 같다. 여진이가 엄마한테 한 말처럼 앞만 보며 정신없이 뛰어가게 만드는 교육보다는, 이것저것 만져도 보고 구경도 하며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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