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학원 북멘토 가치동화 20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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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가 비싸서 원래는 다닐 생각도 못했을 명품학원. 공짜니까 한 달만 다녀보라는 엄마들의 성화에 못 이긴 여진과 미지가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초등 5학년 아이들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에 내몰리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담겨있는 책이다.

 

어려운 학원 숙제에 어려운 학원 시험에 새벽까지 공부하며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도 숙제를 다 할 수도,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여진의 모습이 안타깝다. 옆자리에서 수업시간에 졸기만 하는 승자는 공부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였고, 그런 점에서 요리를 좋아하는 여진과 비슷한 처지다. 옥상에서 도시락을 나눠먹게 되면서 승자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그의 쌍둥이 형제인 승리는 A반에서 1등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승자와는 달리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반을 목표 직업군으로 분류하여 A에서 A-3반까지 4반으로 나누고 시험 점수를 게시판에 붙이는 방법으로 숨 막히는 경쟁 구도를 만들어 다른 생각은 할 수 없게 하고 앞만 보고 달리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비효율적이고 다양성 없는 교육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여진이가 어려운 시험지를 풀지 못하는 절망스러운 상태에서 승자가 보여주는 답안지를 정신없이 베껴 써낸 것도, 시험 점수로 평가받는 시스템에서 오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가져온 부작용이다. 안 된다는 도덕심보다는 혼나지 않는 것이 우선이 되는 불안한 마음에 휩싸이게 만드는 것이다.

 

승자 덕분에 받은 백점은 엄마의 더 큰 기대로 이어져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는 현실이 더욱 절망적이다. 성적은 한 번의 결과로만 평가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어야만 대우를 받는 법이다. 엄마가 무서워 벌이게 된 승자의 부정행위에 가담하여 여진은 한 번 더 백점을 받게 되었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더구나 A반으로 올라가니 공부는 더 어려워져 산 넘어 산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을 강요받으며 우리 학생들은 고생스러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학원 시험 성적에 충격을 받고 “나는 바보 인가봐.”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미지와 어려운 시험을 치른 후 본 실력이 탄로 난 것보다 옆자리 아이가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눈빛에 더 화가 나는 여진을 보면서 독자들도 답답하고 억울한 기분에 공감을 느낄 것 같다. 여진이가 엄마한테 한 말처럼 앞만 보며 정신없이 뛰어가게 만드는 교육보다는, 이것저것 만져도 보고 구경도 하며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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