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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EBS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제작팀 지음 / 해냄 / 2015년 3월
평점 :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생생한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주도성과는 거리가 먼 한국 사회의 교육 방식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책의 처음을 2010년 G20
폐막식에서 있었던 오바마의 질문에 한국기자들이 침묵했던 이야기로 시작한다. 질문을 하지 않는 현상은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라고 한다. 고등학교 교실이나 대학 강의실, 기업에서도 질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참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강의 중 다섯 번 질문을 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한 질문맨 실험에서는 학생이 질문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가 되는 강의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업에 방해가 될까봐,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질문을 꺼리게 되는 등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소극적인 인간형이 되어 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또 학생들끼리
토론 수업을 할 만한 소규모 세미나 수업이 많지 않은 점도 있다고 한다.
혼자 먹는 밥 ‘혼밥’과 자발적
아웃사이더 ‘아싸’는 요즘 대학생들의 풍속을 잘 보여준다. 시간을 아껴 학점과 취업 준비에 몰두하기 위해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사회의 모든
공동체 생활에서는 교감과 공감능력이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고립을 선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는 커녕
생활비도 감당하기 어렵기에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알뜰살뜰 아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보니 고달픈 세상 이치를 너무 일찍 깨닫게 된다.
우리 시대 인재의 진정한 의미와
자질을 제대로 조명해 보는 <인재의 탄생> 프로젝트에서는 다섯 명의 지원자들이 다섯 명으로 구성된 멘토들에게서 관찰과 평가를 거쳐
멘토링을 받는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에 대해 발견하며 내 안의 인재 가능성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청년들이 중심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도 답답한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릴 듯하다.
우리의 초,중,고 시험 문제를
한국인과 외국인이 풀어보는 실험도 흥미롭다. 어른들이 풀어 봐도 정답에 대해 이의가 생기는 문제들이다. 각자의 경험이나 주관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고, 서술형 문제에서는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논리력도 반영되어야 할 것인데, 정해진 답 이외에는 모두 오답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암기위주의 공부를 하게 만들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세인트 존스 대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특한 커리큘럼을 갖고 있는 이 대학의 교육과정은 별도의 전공 없이 4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라 한다.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
우리에게는 이런 대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고 머나먼 꿈의 학교로 느껴지고, 우리 교육환경과는 극과 극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러움에
한숨이 밀려온다.
조용한 공부방과 말하는 공부방
실험도 있다. 공부의 성과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결과가 몹시 놀라웠다. 뇌에는 크게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라는 두 개의 언어중추가
있는데, 대화를 하거나 소리 내어 말할 때 두 개의 언어중추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한다고 한다. 질문하면서 생각을 말하는 하브루타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는, 틀에 박힌 수업을 혁신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업들이 널리
확장되기를 희망한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해보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글로 써보는 방법이다.
교수는 그 과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격려하고, 최종적으로 평가하고, 인정해 주면 된다. (p 277)
(해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