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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블랙 에디션, 양장 특별판)
미카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생각에 잠기게 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마음속의 동심을 일깨워주고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신기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모는 조금 이상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마음속에 희망을 심어주는 신기한 아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모를 찾아와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고, 모모와 함께 있으면 많은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고 놀라운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되니, 그저 가만히 있어 주기만 하는 모모라는 캐릭터가 신기하기만 하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중간 중간 들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인데, 처음엔 약간 황당하고 허무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상상의 세계에 점점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 약한 부분을 건드려 조종하는 회색 신사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대로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안정적인 미래의 삶을 위해 현재를 바쁘고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 그들의 진짜 목적은, 인간을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느끼게 만들고, 그래서 인간이란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기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면서 생각할 시간을 빼앗긴 우리는 시간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경제적 성공을 동경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뺏기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와 삶의 질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 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89쪽)
지친 현대인들에게도 누구의 이야기든 진중하게 들어주는 모모가 필요할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요즘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 어렵다. 아무런 피드백도 하지 않고 그저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하는 모모와 같은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지 않을까.
현실에서는 존재 할 수 없기에 약간 씁쓸한 기분도 들지만, 마음속의 모모를 찾아가 속내를 털어놓고 나를 쳐다보고 있을 크고 동그란 눈을 상상하다보면 어느새 위로를 받게 되고, 혼자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 ‘그래 힘내서 잘 해보자’ 하고 중얼거리며 고맙다고 모모에게 손을 흔들 것 같다. 마음속의 모모에게 지친 마음을 털어놓는 버릇이 생길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장면에서는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아마도 이 책에서 영감을 얻었을 거란 짐작이 든다.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에 잠기게 하는 대사들과 넋을 잃고 상상하게 만드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다양한 분야의 창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잊고 있던 순수한 감정들을 깨어나게 해주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모모가 독자의 마음속에 한 번 자리 잡게 되면 영원히 함께하는 캐릭터가 될 것이다.
(비룡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