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데모크라시 - 만화로 읽는 민주주의의 시작,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매일의 투쟁 어메이징 코믹스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글.그림, 애니 디 도나, 아브라함 카와 지음, 정소연 옮김 / 궁리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만화 형식이지만 역사 만화보다는 역사 소설로 분류되어야 할 것 같다. 역사적 사건과 지식들을 알려주는 위주로 진행되는 역사 만화와 다르게 이 책은, 고대 역사서들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역사를 해석하는 다양한 입장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고, 또 역사를 멀리서 보는 시각을 틔워주는 책이다. 역사 속의 유명한 인물이 아닌 이상을 꿈구는 평범한 청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 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당시의 지도자나 시대의 어떤 대표적인 인물들이 아니라 권리를 위해 투쟁한 평범한 시민들이다.

도시의 축제 중 벌어진 참주 살해 사건으로 행진하는 군중 무리 속에서 갑작스럽게 죽어가는 사람들. 그 속에서 아버지를 잃은 한 소년. 혼란과 공포 속에서 소년의 머리속을 덮쳤을 무력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다.

참주를 죽인 음모와 관련지어 수상한 자들을 모두 죽이라고 했던 것처럼, 또 알크마이온 가문 사람들을 아테네에서 추방하는 명목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쫓아낸 것처럼, 비뚤어진 권력은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무조건 배척하곤 한다.

관습에 어긋나고 비판적인 사람을 처음에는 경계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는 레안드로스와 같은 경험을 우리도 가지고 있다. 클레이스테네스를 만난 후 레안드로스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달라지기 시작하지만 세상은 점점 그들의 이상에서 멀어지는 듯하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꿈꾸었던 레안드로스. 그 복수의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 질문은 결국 독자에게 넘겨진다. 레안드로스가 들려주는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투를 앞둔 아테네 용병들의 결속력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싸워서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타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삶 속에서 깨달아갔던 것들이 결국 아버지가 소년 레안드로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민주주의 개혁은 사실상 오랜 시간에 걸친 투쟁의 결과였다. 평의회 해산과 타민족의 지배에 분노한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아테네를 되찾고 부패한 독재 세력을 심판하는 과정에서, 독자들도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는 것 같은 생생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이야기는 지나간 일이 아니라, 매일의 투쟁이라는 작가의 말이 생생하게 와 닿는 2017년의 우리에겐 특히나 민주주의는 지금도 현재 진행중인 이야기다. 고통을 겪지 않고도 역사를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정치와 삶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모두가 깨달아 늘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야 하겠다.

(궁리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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