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 -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기타노 다케시 지음, 오경순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서문부터 매우 인상적이다. 책에 대한 짧은 설명이나 안내가 아니라 약간 경고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은 자유지만 열 받거나 화를 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그런 반응을 더 달갑게 여기는 듯하여 매우 엉뚱한 인상을 준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불쾌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비록 일본인의 시선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와 닮은 면이 많기에 그들의 사회문제는 우리에게도 많은 공감을 일으킨다.

노력이나 성실함만으로는 헤쳐 나갈 수 없게 된 현대 사회에서, 정직하게 살고 모든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건 비현실적인 교육이라는 것을, 가난한 나라 덕분에 풍족한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저자. 하지만 그렇게 가르치는 교사가 있다면 출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른 사람 밑에서 죽어라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건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인간 삶의 본질에서 벗어난 곳에서 돈을 움켜쥔 쪽이 사회 시스템을 계속 바꿔나가는 구조 속에서는 오히려 부도덕한 인간이 도덕 교과서에 나온 대로 따라 하면 겉으로는 멀쩡한 인간으로 보일 것이다. 도덕을 가르치는 것보다 양심을 키우는 것이 먼저인 것이다.

‘~을 하면 안 된다.’와 같은 경박한 도덕문구를 꼬집고 있는데, 스스로 느껴보고 판단해봐야 알 수 있는 가치를, 표면적이고 모순적인 도덕문구로 가르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얄팍한 말로 아이들을 세뇌하는 도덕교과서라니. 그런 고단수 속임수에 속는 순진한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사기꾼들에게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도덕의 원형에 대한 고찰의 부분에서는,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위험성에 대해 일깨워준다. 도덕이 결국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었고 종교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지배자가 사회를 교묘하게 지배해나가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추측처럼 말하고 있지만, 애초에 규칙이라는 것이 왜 만들어지는지를 따져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강자가 약자를 도와줘야 한다는 것보다는 ‘사회질서를 어지럽히지 마라’는 부분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남의 생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 책을 읽지 말라는 저자의 말은 결코 경고나 무시가 아니라 무엇이든 의심해보고 다시금 성찰하는 사람이 보다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역설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독자들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MBC씨앤아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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