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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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35분 출근하여 9시가 넘어 퇴근하는 것도 고달프게 느껴지는데 오가는 전철 시간으로 6시에 기상하여 25시 0분에 취침하는 생활을 일주일에 6일씩 반복하고 그나마 하루 남은 휴일도 일이 잘못되어 호출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맘 편히 쉬지도 못한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직을 염두에 두어야만 하기에 쉽게 그만 둘 수도 없는 현실에 독자들도 숨이 막힌다. 현재 우리 사회의 많은 직장인들의 현실과도 비슷한 모습에 저절로 감정이 이입된다. 우리 사회가 일본의 암울한 사회현상의 모습들을 뒤따라왔기에 서민들의 삶이 그들과 많은 부분 닮아있다.

 

고달픈 하루하루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오랜만에 만난 동창이라며 자연스럽게 다가온 야마모토. 늘 웃으며 밝게 이야기하는 이상한 친구지만 그의 충고와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에 달라지기 시작한다. 의미 없던 시간들과 자신을 보잘 것 없게 느끼던 마음에 변화가 생기면서 직장생활도 의욕이 생긴 것이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완전히 달라진 주인공 아오야마의 모습을 보며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낀다.

 

잘 풀리는 줄 알았던 일이 잘못되어 다시 지옥 같은 회사 생활이 시작되고 절망이 이전보다 배가 되어 돌아온 현실이 가혹하다. 힘들면 그만두라는 야마모토의 설득은 그저 친구의 위로일 뿐이다.

잘못된 회사일이 자신의 실수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도 비열한 선배의 행동마저 자신의 어리숙함과 부족한 사회성을 탓하는 아오야마의 모습이 안쓰럽다.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실패하고 낙오된 것을 스스로 못났기 때문이라 좌절할 만큼 바닥까지 추락한 자존감은, 나만 없어지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어져 어느새 벼랑 끝으로 내몬다.

 

야마모토의 도움으로 다시 위기에서 벗어난 아오야마가 비로소 존재와 삶에 대한 중심을 잡게 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인생이 누구를 위한 인생인지 돌아보게 해준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비로소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 속 시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통쾌하게 외치는 장면에선 독자들의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다.

자꾸 혼나고 조그만 실수에도 관대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는, 상처와 실망에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점점 더디게 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회피하고 포기하는 인간형으로 만들어 간다. 자녀 교육에서도 이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오야마는 자신을 구해준 야마모토에게 보은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타심으로 번지는 모습을 보면서, 남을 돕는 것은 그저 베풀어서 좋은 마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기에 더욱 값진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야마모토. 그는 누구이고 대체 왜 주인공 앞에 나타났을까. 아오야마의 동창이 아니었고 3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 전말과 그 존재가 궁금한 야마모토의 이야기와 다시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로 여운을 남긴다.


(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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