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도서관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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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도 매우 짧은 단편들이다. 분량은 짧지만 이야기가 끝나도 그 여운과 또 다른 상상들이 독자의 생각으로 이어져 한 편 한 편 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다음 페이지에 내용이 좀 더 이어질 것 같은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기면 금방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곤 하여, 잠깐 잠깐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다.

 

<시인이 된 우체통>의 신호등처럼 바쁜 인생이든 우체통처럼 시간이 많은 인생이든, 인간은 누구나 혼자고 무료하고 외롭다. 편지를 맡기러 찾아오는 소녀를 기다리던 나날들을 행복이라 느끼던 시절도 금방 지나버린다.

행복이나 불행 같은 건 개념일 뿐이라는 가로수 철학자의 말처럼 거리가 없다면 바람도 불지 않을 거라는 표현처럼, 우리에게 삶이 없다면 고통과 두려움도 없는 것이다.

 

<우물인간>에서 내 안의 우물이란 나만의 세상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 안에 살게 된 우물인간 또한 또 다른 나 자신일 것이다. 그는 나를 잘 알지만 나는 그를 잘 모른다는 말을 처음엔 무심히 지나쳤지만, 사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일부분 밖에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가보니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저 우물만 있지만 실상은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가졌기에 겉으로 보기엔 그가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는 우물인간. 조금은 이상한 이야기지만 독특한 상상으로 풀어낸 이야기 속에서, 우물 속 세상 밖에 모를 것 같은 우물 안 개구리를 무시하는 마음은 편견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너무나 구체적인 동시에 너무나 추상적이다. 없어도 그만이었던 것이 사라지고 나면, 외로움은 좀 더 외로워지고 어둠은 좀 더 어두워진다. (84쪽)

이 짧은 이야기들 속에 담고 있는 의미를 읽어내면서 독자의 마음이 치유되는 효과를 주는 듯하다.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속에서 다시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함, 물건을 의인화하여 생각해보는 모든 존재들,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의 뒷이야기에서 살펴보는 속사정, 생각지 못했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삶의 모습 등 어른들을 위한 짧은 동화 같은 느낌도 주면서 우리의 삶에 대해 한 발 멀리서 바라보며 생각하게 해준다.


(소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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