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을 탈출하는 방법 - 각자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
조형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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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경제는 사실상 우리가 바라는 꿈이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날이 심화되어 가는 우리 현실에서, 우리 서민들에겐 가슴에 와 닿을 수밖에 없는 말이다. 성장, 분배, 일의 보람이 균형 있게 실현되는 세상을 우리는 꿈꾼다.

 

이 책은 대안 경제의 다양한 모델들을 살펴보면서 각 나라의 경제와 사회에 대한 역사 공부도 하게 되는 책이다. 역사적 배경에 대해 알게 되니 훨씬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우리가 제대로 된 복지를 꿈꾸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욕구이기도 한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 사고로 이끌어주는 책이기도 하다.

 

독일 경제는 시장경제와 국가 개입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로, 우리에게 익숙해져버린 영미형 자본주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시장경제의 경쟁 질서를 지키고 그 속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국가가 보충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사회적 시장경제’라고도 하고 ‘사회적 자유주의’라고도 하는데 내용을 알기 전엔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노동자 경영참여 제도, 임금 몫을 저축으로 돌려 물가상승을 낮추고 투자를 촉진시키는 노동자 재산형성 제도 등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런 제도들을 실현한 독일이 놀랍기만 하다. 금산통합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비록 처음엔 강력하게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이익을 주고 권한과 책임을 갖게 하여 체제를 지지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그러한 독일 우파의 철학이 매우 훌륭하게 느껴진다. 우리에겐 몹시 부러운 정책이라 더욱 그렇다. 이러한 제도가 이루어지기까지 노동과 자본 간의 치열한 역사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하겠다.

 

자유시장과 민간 복지에 대한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와의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사회적 교회의 이념에 기반을 둔 종교와 시민사회의 공적 부조와 사회 서비스를 전달하는 일차적 책임을 맡고 국가는 재정지원과 사회보험을 맡는 구조인데 어떻게 그런 구조가 가능한지, 우리 사회에서도 과연 적용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경제의 조절 메커니즘이 순전히 시장논리에 종속되어 있지 않고 자본, 노동자, 은행,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의 상호 협력과 견제에 따르기 때문입니다. (136쪽)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여겨지는 스웨덴 모델에 대해서도 역사적 정치적 배경들을 살펴보며 공부해 볼 수 있다. 잘 살게 되어 복지를 시작한 게 아니고 복지를 해서 잘살게 되었다는 말에 중요한 의미가 모두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예방적 사회 정책의 대상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고 국민적 관점에서 폭넓게 적용하는 보편적 복지정책을 20세기 초중반 시기에 일찍 실행하기 시작한 점에서부터 스웨덴 사민당이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진다.

 

책의 초반부에 실패한 대안이지만 자본주의의 대표적 대안 체제였던 사회주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레닌이 추구한 사회주의였던 국가자본주의에 대해, 또 티토가 추구한 시장사회주의 시스템과 노동자 자주관리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며 잠시나마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였다.

 

미래형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활동, 지역사회 공동체, 협동조합, NGO 등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우리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해준다.

제도가 형성되는 데에는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와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던 상황들이 안타깝다. 결국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기본적이면서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반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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