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 일러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미메시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기억도 못할 만큼 어린 아이였을 때 전쟁터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그 후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등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를 통해 카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판화 같기도 하고 수묵화 같기도 한 묵직한 느낌의 그림들이 잘 어우러져 작품의 가치에 무게를 더해주는 느낌이다.

 

자신에게 존재감이 없던 아버지를,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는 의무감으로 찾아갔을 때도 별 감정이 없는 마음 상태였지만, 묘비명에서 그 나이를 확인하고서 기이한 현기증에 휩싸인다. 물론 아버지로써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써 느끼는 연민에서 시작된 혼돈은, 수많은 책들과 존재들을 통해서 알고자 노력했던 비밀을,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가까운 존재를 두고 먼 데서 찾아 헤맸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의 삶 속에서 너무나도 희귀한 애정의 냄새가 난다고 여겨졌다 표현할 만큼 어머니에게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끊임없는 욕구가 객관적이고 건조한 문체 속에 감춰져있는 듯하다. 자신의 애정결핍에 대해 어머니를 ‘피곤과 표현 능력의 불구’라 변명하면서 자기 자신을 위안하는 듯하다.

아이들에게 내면의 굶주림을 채워주는 선생님이었던 그의 스승은 외로운 성장기 소년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고, 그에게는 아버지 같은 든든한 마음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존재였을 것이다.

비록 그가 불행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부모와의 교감 부족으로 인한 공허함과 고독을 품은 채 스스로 세상을 터득하며 새로 태어나야 했던 긴장감이 작가의 인생과 문학 전체에 심리적 소재로써 나타나고 있다. 어머니를 관찰하며 바라보던 시선은 세상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확장되고 그의 다른 작품들 속에서 인간적인 고뇌들로 이어진다.

 

(미메시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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