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웃 높은 학년 동화 30
박효미 지음, 마영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필 부모님이 타국으로 출장가신 날 발생한 대규모 정전. 어른들 없는 자유를 즐길 새도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동민이는 아직 초등생인데 비해 누나 동희는 그래도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어른들 없이 아이들끼리 블랙아웃을 겪는 것은 고생스러워 보인다. 곧 전기가 들어올 거라고 기대하면서 불편하지만 생수와 라면, 참치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아파트 15층을 오르내리며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하는 동희의 낙천적인 마음가짐이, 오히려 이런 상황에선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 날은 수도와 가스도 연달아 끊기고 점점 상황은 불길해져만 가고, 남매는 세수하고 걸레를 빤 다음 그 물을 변기에 붓는 물 절약 방법을 본능적으로 실행한다.

 

마트 건물의 대형스크린에서 긴급 뉴스가 나오지만 관계 부처 긴급 대책 회의와 곧 정상화 될 것이라는 기약 없는 소식 뿐. 주변 가게들은 문을 연 곳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운데, 대형마트와 관공서들에는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의아하다. 마트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영업이 끝났다는 방송은 야속하기만 하다. 마트의 질서를 위해 등장한 경찰들, 라면과 생수 등의 판매량 제한, 신용카드 사용불가, 물건 값 상승. 전쟁이 난 것처럼 서민들에게 주어지는 처절한 상황들이 무섭게 느껴진다.

민심이 들고 일어날 것이 두려워서 국가는 감추려한다. 직업 없는 게임 중독자인줄로만 알았던 친구네 삼촌의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건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이고 남은 굶어 죽는데 자기만 몰래 먹고 남는 건 썩혀서 버린다는 말 속에 가시가 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집 주변을 맴도는 어른들. 정전으로 모두들 시간까지 정지된 것만 같다. 집은 화장실 때문에, 거리는 쓰레기와 하수 때문에 냄새로 물들어가는 상황을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히는 것 같다.

 

생필품 부족으로 편의점 유리를 깨고 물건을 가져가고, 동민이는 마트에서 장 본 봉지하나를 도둑맞고, 파출소에서는 경찰이 피해자를 오히려 기분 나쁘게 대한다. 엄마가 빌려간 돈 대신 내놓으라며 동희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끝내 쌀자루를 가져가버리는 건 어른으로서 너무하기도 하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진수 엄마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세상이 이렇게 허술했고, 이런 상황에 도움 되지 않는 배움이라는 게 꽤 어처구니없고, 세상은 이미 이상해졌는데 잘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말에 깊은 한숨이 나온다. 대규모 정전 사태, 블랙아웃으로 사람들도 모두 블랙아웃이 되었다. 배고픔에 지친 사람들은 마트를 습격하고 폭도들처럼 변한 사람들의 모습이 낯선 동민이에게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라며 동희는 사람들을 계속 따라간다. CCTV에 보여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거울처럼 인간의 바닥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비상사태가 실제로 닥치면 어찌해야 하는지 독자들은 한숨 쉬며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전기의 소중함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인생에서 고난이 주는 값진 경험도 간접 경험으로나마 느끼게 될 것이다.

 

(한겨레아이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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