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2
정병철 지음 / 일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어떤 사고의 틀에 갇히게 되어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것은 보지 못하는 상황. 누구나 프레임에 갇히는 상황에 놓여 질수 있다.

 

경찰이 언론의 여론 재판을 선도하고 이용하는 것이 공공연한 행태로 보여진다. 이 책의 이야기에서도 현실을 반영한 소설 속 상황들일 것이다.

미행 지시만 인정하고 납치 감금 살해 교사는 인정하지 않는 윤영자에 대해, 해외로 도주하여 실제 실행범들의 증언도, 객관적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경찰. 또 검찰과 법원도 여론에 밀려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상황이 어이가 없다.

 

경찰의 구슬림에 넘어가 형량을 낮춰볼 심산으로, 두 실행범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살인을 윤영자의 사주로 납치 살해했다고 진술하지만 징역20년형이라는 허무한 결과를 피해갈 수 없다. 사주 받지 않았다고 뒤늦게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에 신빙성을 잃은 것인가, 이미 살인자로 낙인찍힌 윤영자의 실체적 진실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인가. 언론 보도과 인터넷 댓글 내용에서 뻔뻔한 살인마일 뿐인 윤영자는, 두 사람의 진술 이외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권익을 보장받지 못한 것은 이미 여론재판에서 판결이 먼저 났기 때문이다. 여론재판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작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권력이나 언론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으면 무한한 지지를 보낸다. 그러다가도 조금만 틀어지면 온갖 비난을 퍼붓기 마련이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어떨 때는 편파적이고 사실을 왜곡하기도 하고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를 퍼 나르기도 한다. (p105)

경찰의 수사방식에 문제를 느끼면서도, 경찰을 비난하는 기사를 쓴다면 윤영자를 옹호하는 듯 비칠 것을 염려하여 선뜻 나서지 못하는 기자들도 정의보다는 안전을 고수하는 틀에 갇혀있다.

 

2권에서는 청부살인을 저지른 무기수가 의사를 매수하여 수감생활 대신 병원 특실에서 호의호식했다는 기사가 자극한 불의에 대한 분노와 가진 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더해진 분노가 또다시 여론재판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반복된다. 금품수수와 허위 진단서라는 이미 내려진 결론을 정해놓고, 정황상의 개연성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수사의 진행과 영장발부, 뚜렷한 증거도 없이 실형이 선고되는 상황이 고스란히 재연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뿐이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직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조직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는 조직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무색무취해진다. 자신의 입장이 사라지고 조직의 입장만 앞세우는 ‘앵무새’가 되어 간다. (p202)

형집행정지는 검찰의 허가사안임에도 허위진단서 발급에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 작가가 소설을 통해 가장 고발하고 싶은 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검찰의 책임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드디어 피고인들의 억울함이 풀려 사건이 해결되리라는 희망이 보였지만, 증인으로 나오지도 않고 진술을 서면으로 제출하는 검찰 측의 행태는 독자들의 기대를 무너뜨린다.

또 다른 문제는 의사의 고유권한에 대한 부분이다. 의사가 허위진단서 작성으로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타당한 이유 없이 허위진단서라 판단하여 유죄로 판결한다면 누구든지 허위진단서 작성죄에 저촉될 수 있어 의사들의 정상적인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찰과 변호인 모두 항소를 준비하며 이야기는 끝이 나고, 독자들의 객관적 시선을 도와주는 정부장의 사건 정리는 세월이 지난 후 책으로 출간되어 진실을 규명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일리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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