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2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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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스또이의 13편의 작품들이 시대가 흘러가는 순서대로 수록된 단편집이다. 60년 동안의 저술활동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러시아의 시대 상황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고,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작가의 철학과 사상의 변화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속의 실제 모습들을 그리고 있는 <습격>과 <세바스또뽈 이야기>를 읽다보면, 5~60년전의 피와 고통과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삶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평생을 고뇌한 그에게, 젊은 시절 전쟁을 겪으며 그가 느꼈을 전쟁과 죽음의 허무함은 언제나 마음속에 짙은 그림자로 남아있었고, 그의 거의 모든 작품들 속에 그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바보 이반>은 제목부터 바보라 했지만 사실은 착하고 성실한 평범함 서민들의 모습을 나타냈을 것이다. 형제들이 재산 분할 문제로 싸우지 않고 우애 있는 모양새를 이룬 것은 어쨌든 이반 덕분이다. 악귀들의 꼬임으로 권력에의 유혹에 넘어간 두 형제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다 내어주는 이반이 뭔가 손해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똘스또이의 평화주의적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바보들만 남은 이반의 왕국이야말로 자급자족하면서 서로를 부양하는 형태의 진정한 공동체 사회를 시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항아리 알료사>에서 지붕에서 떨어져 죽어가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하는 알료사의 모습에서도 이반의 모습이 살짝 보인다. 시키는 일만 잘하면 그곳도 좋을 거라는 생각은, 인간의 역사에서 낮은 계층의 서민들에겐 사실상 생존 수단이었던 그런 사고방식에 어느새 길들여진 비참한 현실에 한숨을 자아내게 한다.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고 언제나 검소하고 침착한 <습격>의 흘로뽀프 대위, <세바스또뽈 이야기>에서 전쟁의 부상으로 불구가 되거나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으면서도 가슴속 깊은 곳에 애국심을 간직한, 그래서 결국은 세바스또뽈을 지켜낸 군사들. 작가의 소설 속에서는 그들이 영웅이다.

 

('열린 책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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