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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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좋아하고 또 잘하는 모범생으로써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이야기는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임에도 부럽고 질투도 나고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나름 성공한 그 인생에 만족하지 않았다. 학력과 경력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스펙 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삶을 살 때 비로소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주체적 개인의 연대는 진정한 ‘나’와 ‘나’의 어울림이고, 개인을 창조적으로 만들고 사회를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든다는 말 속에 진정한 교육의 목표가 포괄되어 있다. 우리 모두는 ‘공부하는 인간’이어야 하고, 학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최고 수준의 ‘공부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공부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를 이길 사람은 없다고.

 

사회와 학교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청춘을 학교에 가둬놓고 살아야만 했던 시절, 가장 활기 있고 생생하고 아름다워야 할 10대의 인생들이 지금도 우중충할 수밖에 없는 건 입시 위주 교육체제 때문이다. 부마민주항쟁, 10.26 서울의 봄, 5.17, 5.18 그리고 '제5공화국'의 출범 등 격동하는 세상 속에서 고교3년을 보낸 저자는 사회나 도덕 과목을 공부할 때 현실과 교과서 사이에서 큰 괴리를 느꼈다고 한다. 대학생이 된 해방감도 잠시, 자신이 꿈꾸던 드라마속 법대와는 달랐고, '민주'와 '정의'를 짓밟은 자들이 '민주정의당'으로 집권하여 법률로 포장된 폭력을 휘두르는 시대였다. 공부한 법을 군부 독재의 법률 자문을 하고 통치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한다면, 공부의 의미를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사', '투사'가 되어 독재정권의 강고한 아성에 작은 흠집이라도, 작은 구멍이라도 내면 족하다는 마음으로 돌진했고, 자신을 버리고 세상의 불합리함에 맞서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겠다는 사명감 또는 부담감을 안고 청춘을 보냈다. 진짜 세상을 몸으로 공부했던 그 시절의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자신의 속에 살아 있다고 말한다.

 

한자로 ‘사회(社會)’와 ‘회사(會社)’는 어순만 다르다. 그러나 두 단어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며 또 달라야 한다. ‘사회’는 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만, ‘회사’는 이윤의 원리가 작동되는 곳이다. ‘회사’가 ‘사회’위에 서면 민주주의는 죽는다. 이 점에서 민주주의는 ‘회사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다. p119

군사독재는 사라졌지만 시장독재가 들어서고, 물질적 부의 규모는 훨씬 커졌는데 개개인의 삶은 훨씬 더 불안해진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변화는 내면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며 공부를 할수록 그 용기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 말한다.

 

석방된 후 미국 유학을 가서 버클리 로스쿨에 다녔다고 한다. 매우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학풍으로 유명한 학교인 만큼, 학생들은 발표, 질문, 답변에 매우 적극적이고, 교수들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결론을 던져주기 보다는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면서 스스로 깨닫도록 수업을 끌고 나가는 수업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Kill your father!'의 의미에 얽힌 저자의 일화가 매우 인상적이다. 권력, 권위, 통념, 관습 앞에서 겁먹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반反권위 정신'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법에 대한 존경"은 과잉강조되고, "정의에 대한 존경"은 과소강조되고 있다. p162

나만을 위해 하는 공부는 별로 매력이 없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돈 냄새보다는 사람 냄새가 더 많이 나도록 하는 것이 저자의 공부의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다산북스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http://cafe.naver.com/hanuri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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