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간 그림책 - 최은희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창이 환한 교실 4
최은희 지음 / 상상의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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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책과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느끼는지,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여러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 내용과 교훈에 대해도 파악할 수 있다.

 

<내 토끼 어딨어?>에서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혼자지만 그럼에도 삶에서 소소한 갈등과 기쁨을 나누는 형제가 없는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토끼 인형이 바뀐 것을 알고 밤늦은 시간에 달음박질을 하는 두 외동아이가 안쓰럽다고 느끼는 것은 어른들이다. 동병상련으로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위로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과정을 보며 토끼가 바뀐 게 잘된 일이라는 한 어린이 독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같은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친구가 필요하고 그 공간은 결코 부모가 채워줄 수 없다.

 

남편이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지 않고 존중하지 않아 섭섭한 마음을 느꼈으면서, 학교에서 선생님으로써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 저자의 경험담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사실 아이들은 고민의 답을 알려달라거나 해결을 원하기 보다는 그저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제발>에서 친구의 마음을 진심으로 읽어 주고, 위로와 배려를 몸으로 보여주는 모습에서 독자들의 마음도 후련해진다. 우리가 듣기와 말하기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들어 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에서는 어른들의 어린 시절에 대한 왜곡된 기억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 엄마가 공부를 잘했는지 외할머니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난다.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제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신나서 할 수 있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공포는 어쩌면 어른들이 더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혼자 가야 해>는 간접적으로 죽음을 체험하게 하여 독자의 성장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눈을 감고 있던 강아지가 두 발로 서서 뒤를 돌아보고 방금 봉오리를 터뜨린 연꽃을 보며 그 과정을 어른들도 아이들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적인 색깔이 들어있긴 하지만 ‘우주 순환의 한 과정’이라는 작가의 표현처럼, 독자들은 죽음을 간접 경험하며 삶의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그림책에서 조그만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의미를 찾아낸다. 아이들의 시선이 거의 정확하여 놀라울 때도 있다. 이 책은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림책을 교과서처럼 활용한다는, ‘배우기 위해 그림책을 보여준다는’ 작가의 말이 크게 와 닿는다.

 

(상상의힘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http://cafe.naver.com/hanuri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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