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갑자기 찾아온 엄마의 죽음으로 남은 가족들의 삶은, 모든 시간이 멈추고 엄마의 입장에서 인생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엄마는 원래 엄마로 태어나지 않았고, 한때는 아가씨였던 시절이 있었고 아버지를 만나 우리를 낳아서 키우느라고 엄마인 엄마가 되었다는 것. 엄마의 선택, 엄마의 가치관, 엄마의 판단, 엄마의 감정들 그것에 대한 반응과 결과로써 내가 있다는 것. 엄마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과 시작되는 것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유년기의 형제간 투쟁 속에서 형성되는 성격이 인격의 핵이 된다는 말이 허를 찌른다. 가족은 그렇게 서로의 삶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가부장제 사회의 가부장로서 사랑 주고 효도 받도록, 기능이 분화된 부부였던 사람들은 사랑 주던 엄마는 없고, 효도 받으려는 아버지만 남은 것이다. 장례식에 참석만 했지, 전혀 장례를 치르지 않는 아버지. 아직도 엄마 얘기가 나오면 살아 있는 사람 얘기하듯 현재형으로 말하는 아버지도 사실은 배우자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고인에 대한 애도가 아닌, 형수님 먼저 가면 형님은 어떻게 살까, 하는 친척의 애도에 대한 원망도, 엄마는 흠잡을 데 없이 건강하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었다는 무성의한 말에 원망을 느낄 여유도 없이, 아버지가 엄마 없는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하는 주인공. 자신의 몸이 아프고 보니, 아버지도 자신의 병으로 인해 죽음이나 불길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꼈을 것이란 것을 깨닫는다.

 

 

“나는 원래… "라고 말하게 만드는 정체성은 스스로의 내부에서 솟구친다기보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 있다. p99

 

(한겨레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