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10년 전을 돌아보게 해주는 질문들에 답하며, 청춘이었던 그 때를 되돌아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내면의 발전을 어느 새 발견하게 되었을 것 같다. 이 책을 엮어내는 과정이 작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김연수라는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책이다.

등단하고 한 5년 정도 누가 자신의 소설 얘기를 하면 부끄러웠다고 하는데, 자신의 이야기로 자신의 인생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에 그런 작가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청춘은 한 번뿐, 지나고 나면 돌아갈 수 없고 20대는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활기찬 시기이며 나중에 후회도 많이 되는 시기일 것이다. 인생의 지혜는 대개 역설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는 작가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다시는 맨 처음의 그 기분으로 경험할 수 없는 슬픔이거나 기쁨이거나 외로움이거나 환희일테니. 어떤 경험이든 그 경험이 남은 인생을 살아갈 우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를 아이는 성인이 되고 부모는 돌아가시는, 인생에서 골짜기처럼 꺼지는 나이대라 표현하였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계획된 일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쓸쓸해지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주변 상황은 바뀌는데 그런 것을 문득 문득 깨달으며 애써 적응한 척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믿는 것들은 대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환상일 가능성이 많고 62 환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소설을 썼다는 작가. 확신의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잘 생겨나지 않고 이야기가 지닌 불온함과 매력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라는 말도 참 인상적이다.

외로움을 평생 거부하면서도 껴안고 가는 뭔가가 돼버렸다고 하는데, 소설가로 살자면 계속 외로워야만 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글을 쓸 때마다 조금씩 뭔가가 생겨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소설을 쓰는 일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이해해야 하는 작업인 모양이다. 머리로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걸 이해해야만 소설로 써낼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하려면 똑같이 경험하고 오감을 공유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무지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가능성을 계속 탐색하다 보면 미미한 빛이나마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소설가는 늘 실패한다는 사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직업’ 이라는 말 속에서 작가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소설을 쓰는 일은 일종의 체념이라고도 했는데 몰두하면 할수록 세계는 흐릿해지는 것을,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대부분의 일들은 그처럼 흐릿한 것이라고 작가는 깨달았던 것이다. 잘 살고 싶은 욕망, 잘 죽고 싶은 욕망, 모든 것을 내 눈으로 보려는 욕망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건 인생에 대해 많은 부분을 깨달아버린 것 같지만 작가의 느긋하고 여유 있는 태도도 소설가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느껴진다.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http://cafe.naver.com/hanuri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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