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꿈결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고 싶은 본능과 ‘금지된 것’으로 간주되는 충동이 공존하는 청소년 시기는 늘 불완전하고 애매모호하다. 카인의 징표에 대한 데미안의 해석은, 자아상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가는 것, 내키지 않지만 자립적인 인간이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설 속의 인물이기에 가능한,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지닌 비현실적인 친구 데미안을 통해.

 

번역을 비교하라는 표지의 문구처럼 정말 번역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사춘기였던 그 시절에 읽었던 책의 느낌과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싱클레어의 고독한 사색 속에서 지나가는 여러 감정들에 공감하면서, 책에서 눈을 떼도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아 그 문장들을 다시 찾아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말로 표현하기 모호한 느낌마저 청소년들 대신 표현해주듯 명확하게 문장화시킨 헤세의 깊이 있는 표현력에 사로잡히고, 당당하고 개성 있는 데미안의 비판과 분석에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데미안을 만나지 못하는 동안, 외모는 성장하고 정신은 비참한 상태로 방탕한 생활을 하는 싱클레어의 모습을 예전에 읽었을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니면 억지로 이해해보려고 했을 것이다. 술집에 앉아 호기를 부리며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방식을 나름대로 세상에 저항하는 방식이라 치부하는 그를. 싱클레어의 방황의 시기는 20대 독자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새는 투쟁하며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그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p 144

 

싱클레어의 ‘두 세계’에 대한 생각들과 데미안의 ‘카인의 징표’와 ‘온전한 절반이 은폐된 공식적인 반쪽 세상’, 수업 중에 듣게 된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의 결합이라는 상징적 사명을 지닌 신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브락사스’에 이르기까지, 그 대조적이면서 필수불가결한 두 모습이 동양의 음양사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와 독자에게 혼란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미 존재하는 금지에 순응할 수도 있고, 자신의 내면에서 스스로 계율을 느낄 수도 있다. 혼란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자신의 판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꿈결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