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4 로마사 트릴로지 1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번역은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편이다. 문장도 거슬리거나 하지 않았고 매우 읽기에 편했다. 하지만 고유명사의 번역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 일단 사소한 것 하나만 들겠다. 번역자는 일관되게 "폼페이우스 대제"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폼페이우스는 왕이나 황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the Great"라는 존칭이 붙는다고 해서 "대제"라는 호칭을 쓸 수 없다. 알렉산더 대왕이나 프리드리히 대왕, 샤를마뉴 대제와는 기본적인 배경이 다른 것이다. 이런 문제는 여기 말고도 몇 군데 있지만 보다 치명적인 것은 바로 번역자가 로마사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번역하면서 원문의 영어 단어를 지나치게 라틴어로 바꾸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하면 위에서 든 단어 사용의 오류 같은 것은 먼지만한 가치도 없다. 번역자가 낸 이런 식의 오류 중 대표적인 것들만 들어보겠다. 메르쿠리 : 상업의 신. 하지만 로마 신화의 이 신은 "메르쿠리우스"이다. 번역자는 영어의 머큐리(Mercury)를 라틴식으로 읽으려고 했을 뿐이다. 사투른 : 로마 신화의 주신. 그리스의 크로노스와 같다. 하지만 이 신 역시 라틴식 이름은 "사투르누스"이다. 번역자는 영어의 새턴(Saturn)을 라틴식으로 "읽었을" 뿐이다. 시라쿠세 : 시칠리아 섬의 수도. 하지만 이 역시 틀렸다. 이 섬의 원래 이름은 "시라쿠사"이며, '시러쿠세'는 시라쿠사의 영어식 표기인 시러큐즈(Syracuse)를 라틴식으로 "읽은" 것이다. 가울 : 로마의 속주인 갈리아(Gallia)를 영어에서는 골(Gaul)이라고 표기한다. 그런데 저자는 역시 이것도 "라틴식으로" 적는다고 "가울"이라고 적었다. 이런 식의 표기는 책 전체에서 계속된다. 하지만 이것들은 "고유명사"라는 점에서 역자가 어떻게든 라틴어 방식으로 표기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라틴어를 모른다는 것이 죄는 아니니까. 하지만 이건 정말 용납이 안 된다. 책 안에서 나오는 "네아레르 가울" "푸르테르 가울"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신 독자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제까지 번역자가 해댄 짓을 기초로 생각해보니 이는 Nearer Gaul(가까운 갈리아)과 Further Gaul(먼 곳의 갈리아)이었다. 이건 무슨 수작인가? 정말 쓰러지는 줄 알았다. "니어러 골"을 라틴어 식으로 읽는답시고 "네아레르 가울"이라고 읽으면 이게 라틴어 식 표기가 되나? 그런데 이건 정말 너무하잖은가. Nearer과 Further가 고유명사인가? 아니 고유는 커녕 명사도 아니다. 어떻게 이런 단어를 라틴어 식으로 "읽는답시고" "네아레르 가울" "푸르테르 가울" 따위의 번역을 할 수 있는 건가? <가까운 갈리아>, 일명 "네아레르 가울"은 현재의 북이탈리아 지방으로, 당시 쓰던 라틴어 명칭으로는 "갈리아 키살피나Gallia Cisalpina"이다. 여기서 가깝다는 것은 알프스 산맥을 경계로 한 남쪽을 가리키며, 알프스를 넘어간 북쪽의 갈리아 즉 현재의 프로방스 지방을 가리키던 이름이 바로 <먼 곳의 갈리아> 다른 말로 알프스 이북의 갈리아, 갈리아 트란살피나Gallia Transalpina이다. 이걸 영어식으로 표현하느라 "Nearer Gaul", "Further Gaul"이라고 적은 것을 가지고 "네아레르 가울" "푸르테르 가울" 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끔찍한 표기를 하다니....이건 정말 할 말이 없다. 차라리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면 직역이나 하지, 이게 무슨 장난인가? 이러고도 프로인가? 정말 대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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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정판 필요
    from . 2010-02-03 23:58 
    어이없는 표기가 눈에 띄는 대로 견출지를 붙여 표시했는데, 책을 5분의 2쯤 읽은 지금 붙어 있는 견출지 수가 마흔 개가 넘는다. 일일이 옮길 만한 가치도 없다. 다행히도 이 점을 지적한 리뷰가 이미 있어 먼댓글로 이어둔다. 라틴어를 모르는 것이 죄는 아니로되, 엉터리 라틴어 흉내는 정말 곤란하다.   그뿐이 아니다. 화자는 엄연히 로마 시대 사람인데 '버벅거린다'느니 '룰루랄라하면서'라느니, 그야말로 21세기 대한민국의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