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가족 - 가족의 눈으로 본 한국전쟁
권헌익 지음, 정소영 옮김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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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학기 수업에서 한국 현대사를 다뤘다.

나는 1950년대를 맡아 연표 만들기와 논문 찾기, 수업자료 만들기를 했다.

1950년대라고 해서 막연히 한국전쟁만 떠올렸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전쟁과 가족>을 읽기 시작했다.

더 알기 위해. 내가 모르는 죽음들과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삶들을 위해.

한국전쟁 전 후로, 그리고 전쟁 내내 많은 민간인(양민) 학살이 있었다.

이는 냉전체제 이데올로기 아래에서 '국민' - '비국민' 구분으로 인한 참극이었다.

대전교도소 학살을 예로 들어보자.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는 대전교도소 재소자 중 우익인사들을 죽였고

국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는 좌익인사들을 죽였다.

한국전쟁은 이렇다할 마무리 없이 두 진영의 합의로 끝이 났는데,

이는 한국을 20세기의 가장 첨예한 냉전 대립 구도를 갖춘 나라로 남겨 놨다.

틸리는 “국가는 정쟁을 만들고, 전쟁은 국가를 만든다”는 말을 남겼다. 당시의 국가폭력(민간인 학살)은 ‘빨갱이’라는 타자를 형성하고 공격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대다수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우익의 입장에서는 해방 이후 등장한 정당성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며, 좌익의 입장에서는 혁명을 지향하는 방법이었다.

남한지역에서 죽거나 부상당한 인구수는 129만 2,832명에 달한다. 그중에서 군인 사상자 30만 1,864명을 제외하면, 민간인 사상자 수는 99만 968명에 달한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국민의 자격’은 특정 영토 안에 거주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충성행동 여부로 구분되었다. 부역자를 규명하는 것은 바로 국민과 비국민을 구별하기 위한 법적 조치였으며 정치적, 사회적 구별조치이기도 했다.

이렇게 국민/비국민을 나누어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근간에 뿌리 내린 국가폭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후에 수많은 국가폭력(80년 광주, 2009년 용산 등)가 발생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전후 시대를 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쟁 전, 전쟁 중에 일어난 국가 폭력을 알아 보아야 한다.

<전쟁과 가족>은 한국전쟁의 이면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마음이 무겁다.

봉합되지 않은 상처들이 있다.

치료되지 않은 트라우마가 있다.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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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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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소개를 읽고서는 위험한 지점을 건드리는 소설이네, 싶었다. 실화든 아니든 참사가 등장하는 소설은 응당 잘 쓰여야 한다. 많은 이의 목숨 위에 짓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어나가며 시위 장면이나 언니는 죄가 없다가 어떻게 참사에 얽히려고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금희 작가는 뜨개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막힘없이 실과 뜨개바늘을 움직여 하나의 목도리를 만들어냈다. 우선 좋았던 점은 초점 화자가 한 사람에 집중 되지 않고 여러 사람으로 옮겨다닌 것이 좋았다. 묘사나 절제 된 감정 서술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섬세한 한 티끌의 감정까지 다 긁어 모을 수 있었다. 또, 이야기소가 풍부하다는 것이 좋았다. 소설 내에서 서사가 스펙타클하거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형식이 아니어도 풍부한 이야기소가 읽는 재미를 줬다. 실제로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 돼 결국 은총을 만났던 두 사람에게로 나아간다는 지점도 재밌었다. 그리고 김금희 작가가 장면을 만들어내는 방식, 무언가 툭 던져서 이게 무슨 상관이지? 하는데 어느 순간 얽혀 있게 하는 그 방식이 좋았다. 소설을 읽으며 목 마르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배부르다고 느껴질 때는 많아도. (유독 지금 여기서 쓰이는 말, 팩트폭력 등등 이란 단어가 많이 쓰여 읽으며 움찔할 때가 많았다) 제일 좋았던 장면은 유란과 경애가 만나는 장면이다. 거기서 '사라진 누군가는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의 인생에서 다시 한번 살게 된다는 것'을 얘기하는 게 좋았다. 그것은 은총이기도 하고, 조선생의 지난 삶, 상수의 어머니, 파업, 호치민에서의 생활 등 스쳐 지나갔으나 소중했던 것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거기서 떠나지 못하고 맴돌기를 반복하는데 작가는 담담히 말한다. 그 맴도는 마음으로 생을 살아가면 그 사람은 다시 한 번 살게 된다고. 사실 이 소설은 경애의 마음(중의적 의미이긴 하지만) 보단 읽는 개인, 혹은 등장한 모든 인물의 마음이었다. 우리가 공통 되게 가지고 있는 떠나지 못함의 성질. 그 이후의 삶을 잘 보여 준 작품이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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