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호와 상징 사전
D. R. 매켈로이 지음, 최다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가벼운 책만 주로 읽다가 오랜만에 바르게 앉아서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을 만났습니다.


외국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작가가 '기호'와 '상징'을 잘 활용해서 트릭을 만들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와, 저거 재밌네 싶어서 자료를 찾아보면 다소 어렵다면 어려운 분야라 그런지, 대부분 해외 자료(또는 논문)라 접근이 쉽지 않더라고요.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이 그런 저의 소소한 갈증을 채워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책답게 묵직하고 큼직한 양장본이에요.



상하단에 있던 그라이데션 디자인이 예쁩니다. 장마다 색이 달라서 요것도 보는 재미입니다. 두고두고 읽을 책이다 보니 작은 부분도 살펴보게 되네요.



기호와 상징이라고 하면 고대 상형문자나 종교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엠블럼, 아이콘, 사인(표지판 같은), 부적까지 포괄하여,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도입에 나와 있듯이 이 책 한 권으로 세상의 모든 기호와 상징을 살펴볼 수는 없겠지만, 1,000개가 넘는 싱징의 의미와 역사를 수록하고 분류를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다 읽기를 시도하면 자기 전 읽는, 침대 전용 책으로 전락할까 싶은 노파심에 관심 있는 부분부터 발췌하여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관심을 둔 챕터는 4장 켈트 상징, 14장 신화와 전설입니다.



'4장 켈트 상징'은 켈트족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하여 켈트 문화가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어 있는지 여러 자료를 들어 설명합니다. 익히 알려진 룬 문자와 '드루이드'에 대한 언급도 있는데, 생각보다 짧은 설명이라 이거 너무 수박겉핥기식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뒤의 종교, 신화와 전설에도 관련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자료는 대부분 도안이나 깃발 형태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14장 신화와 전설'은 앞서 본 4장보다 분량이 많습니다. 4장보다 많다는 거지, 부담이 되는 양은 아니에요. 나무와 곤충, 동물(용과 같은 상상 속 동물 포함)뿐만 아니라 꽃과 풀, 새까지 다양하게 다루면서 신화의 소재는 정말 무궁무진하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또 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제시된 자료가 가공을 거친 도안 형태라 깔끔하고 자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사실적으로 보여준다고 유물이나 유적, 자료의 실제 사진을 넣거나 했다면 오히려 정확한 모양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지저분해보였을 것 같아요.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관련 지식을 짧게짧게 언급하는 식이기 때문에 입문서로 제격입니다. 개인이 어떤 기호의 기원부터 변형된 형태까지 파악하려면 너무 힘든데(경험담입니다...), 이렇게 한눈에 보기 편하게 분류하고 모아 놨으니 단순히 흥미를 충족하는 용도든, 창작을 위해 필요한 것이든,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다만 워낙 방대한 내용을 축약해서 다뤄야 하는 책의 특성상 그냥 슥 하고 지나가는 느낌을 지울 순 없습니다. 그래도 관심 있는 부분은 추가로 찾아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네요. 이렇게 꼬리물기식이 돼야 독서량도 늘어날 테고요.


책이 커서 그렇지, 읽기 부담스러운 페이지도 아니라서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