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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소설은 주인공에 관한 진실을 들려주지만, 나쁜 소설은 작가에 관한 진실을 알려준다. - G.K.체스터턴.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고 그 말의 양도 엄청 많은데
아직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잘 모르면서 일단 내질러본 소설 같다. 작가 인터뷰 곳곳에서 초조함이 느껴진다.
근데 그런 단점을 상쇄시킬 만한 매력이 있긴 있다. 소설 속에 삽입된 세연이 쓴 걸로 되어 있는 잡기 라는 제목의 이야기 속에서 보여준 오늘날 우리 사회와 우리 세대에 대한 통찰력은 이 소설을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귓등으로 흘리던 내게 응? 하는 순간을 주었다.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것도 이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예쁘고 섹시하고 똑똑하고 영악하며 다른 사람들을 홀려 마음대로 주무르며 심지어 자살로 밀어넣는 세연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설득력을 확 깎아먹는다.
제시하는 담론은 타당성이 있지만 스토리로 엮어내면서 너무 비약이 심해졌고 엉성하고 평면적인 인물들이 계속 쏟아내는 말들은 자기방어와 자기배반을 오락가락하는 동어반복.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냥 작가의 말이다.
나 또한 그 세대이기에 작가가 엄청난 결론은 아니더라도 밑줄 그을 만한 방향 정도는 제시하기를 기대했다. 좀 더 많이 손보고 내놓아야 했을 소설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