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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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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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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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할 때 다른 사람들의 추천을 눈여겨 보는  편이다.  

겉으로 아닌 척 해도 얕은 습자지 수준의 식견으로

내공있는 선택을 하기는 무리임을 알기에  

추천목록을 참고로 할 때가 많은데  

이책은 방송인 김미화 씨가 강추한 글을 보고 선택했다.   

평소 풍부한 독서량을 자랑한다기에  

어디 한번, 싶은 마음으로 선택했건만,  

'장 폴 뒤부아'라는  

 어딘지 작가적인 냄새가 풀풀 나는 저자 이름에도 기대를 걸었건만,   

결과는 아니올시다였다.  

주인공 타네씨가 뜻하지 않게 대저택을 소유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웅장한 대저택이 속을 들여다보니 쓰러지기 직전의 폐가 수준이었던 것. 

타네씨는 대공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일꾼들. 

국적이나 하는 일, 성격, 말투, 종교... 모두가 제각각인 일꾼들과 부딪히면서 

타네씨는 울고 웃는다.  

그게 끝인데, 좋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만났으면 

내면을 깊이있게 파고들던지, 

공사판의 돌아가는 모양새를 현실과 비교, 투영시켜보든지  

이도저도 아닌채로 공사만 하다 끝나는 책. 

공사도 다 끝이 난 건지 제대로 알 수도 없고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단순 열거될 뿐 

사건들 간에 개연성도 없고  

재미도 없고   

213 페이지에 불과한 책 한권 읽는데 몇 달이 걸렸다.  

알고보니 부실했던 대저택처럼 

내용없이 실망만 가득했던 책. 

다시 봐도 그럴 듯한 이름 '장 폴 뒤부아'의  

고품격 프랑스적인 농담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가?  

이런 농담은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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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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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고 한다. 그 마음의 창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무엇으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될까?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제목 그대로 갑자기 마음의 창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이 평범한 맹인과 다른 점은 캄캄한 암흑이 아니라 찬란한 빛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 밝음 속에서 빛을 잃는다고나 할까? 눈앞의 빛이 순간적으로 팽창하면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는 희귀한 현상이다. 게다가 눈먼 사람을 쳐다보기만 해도 똑같이 눈이 멀어버리는 전염성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 광포한 빛이 어느 누구에게 도달할지 알 수 없기에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급기야 정부는 눈 먼 사람들을 수용소에 따로 격리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그러나 강렬한 태양을 손으로 가린다고 해서 새어나오는 빛을 다 가릴 수 없는 것처럼 격리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전염병이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시력을 잃은 사람들은 오로지 본능에만 의지해 하루하루 생을 연명해간다.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고 먹을 것에 목숨을 걸고 체면 따위는 잊은 지 오래. 우리가 평소 강조하던 도덕성이나 윤리가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꾸며낸 허위였나 싶을 만큼 생존을 향한 그들의 집착은 집요하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와중에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권력까지 발현한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단 한 사람, 유일하게 시력을 잃지 않은 의사의 아내에겐 차라리 보이는 것이 고통이다. 극단의 순간에 이르러 그녀가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마저도 눈먼 자들을 위한 희생으로 이해될 만큼 수용소 생활은 무법천지 자체였다.

 수용소를 벗어나 도시 전체가 눈이 멀어버린 상황에서 오히려 눈 먼 사람들은 점차 본능을 억제하고 혼돈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쓴다. 누가 보건, 보지 않건 스스로 자제하고 남을 배려하면서 그들은 조금씩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중 한 아름다운 20대 여성이 초라하고 볼품없는 60대 노인을 사랑하게 되는데,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시력을 잃은 그들이 마음으로 서로의 진심을 보았기에 결국 두 사람은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여인들은 악취에 찌든 몸을 씻고 마음에 남아있던 절망과 억울함마저도 흘려보내는 황홀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 광폭한 빛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었던 한 사람, 의사의 아내가 시력을 잃지 않은 이유는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눈이 머는 순간, 누구나 자신에게 닥칠 빛의 공포에 사로잡히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안과의사인 남편이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저 없이 같이 격리될 것을 자처한다. 눈앞의 현상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며 눈먼 자들을 대신해 날카로운 가위를 휘두를 만큼 보편적인 진리에 충실했기에 그녀는 구원받을 수 있었고 동시에 구원할 수 있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쉼표나 마침표를 제외하곤 다른 문장부호가 전혀 없고 줄바꿈도 생략된 불편한 배열이 거슬렸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빛의 도시에 빠져들어 나중에는 문장부호가 없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작가의 진정성이 눈앞의 불편을 사라지게 만든 것.

 책 속의 등장인물들 역시 한동안 극도의 불안과 패닉에 가까운 혼란을 경험하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비로소 내면의 질서를 회복한다. 고난의 과정을 견디고 마침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까지 보게 된 그들에게 작가는 마지막 선물로 진실의 창(窓)을 되돌려준다. 시력을 회복한 그들이 스스로 마음의 창(窓)을 닫는 일이 없기를, 부디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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