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근육이 약해지는 동안, 마음의 근육도 함께 힘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근육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언제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그 말은 곧, 삶 또한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나의 몸은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그 안의 근육은 잠들어 있을 뿐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책의 후반부는 저자의 어린 시절로 향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예술가이자 동시에 운동을 사랑하던 사람이었다. 밤마다 차고에서 줄넘기와 발차기 연습을 하고,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가족이 함께 달리던 기억들.
그 시간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몸을 통해 가족의 유대와 사랑을 확인하던 의식 같은 것이었다.
저자는 그 기억을 따라가며,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다시 몸의 의미를 되찾는다. 운동은 그저 건강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잃어버린 관계와 기억을 되살리는 하나의 언어였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오래전의 내 몸을 떠올렸다. 등산로의 거친 숨소리, 수영장의 냉기,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며 느꼈던 눈물 섞인 성취감.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책을 읽는 동안 그 기억들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머슬>은 단순히 운동을 권하는 책이 아니다. (사실 책 제목을 접했을때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보다는 몸을 통해 인간을 다시 이해하는 책, 그리고 삶의 회복력에 대해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다.
근육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솔직한 언어이며, 움직임은 그 언어를 발화하는 행위다.책에 스토리가 있지만, 술술 잘 읽히는 그런 책은 아니었다.
책을 덮고 난 후, 나는 다시금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내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왔을까.’
오랜만에 운동화를 꺼내 신고, 밤공기가 차가운 동네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그 순간, 내 안의 오래된 엔진이 아주 미세하게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