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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크리스천
데이브 톰린슨 지음, 이태훈 옮김 / 포이에마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불량한 저자'의 '불량한 사람들' 이야기 「불량 크리스천」(데이브 톰린슨)을 읽고
오래된 일이다. 작가로도 잘 알려진 이 아무개 목사가 종교다원주의 문제로 교단의 재판을 받게 되었다. 재판을 진행하던 어느 목사가 그에게 물었다.
“교회 밖에 구원이 있다고 믿습니까?”
그러자 이 아무개 목사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교회 안에도 구원이 있다고 믿습니다.”
“.....”
‘불량 크리스천’
책 제목부터가 ‘불량’(?)해 보인다. ‘교회 밖에서 예수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앞서 이 아무개 목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 책은 종교다원주의를 다루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종교다원주의 세상에서 ‘진짜 크리스천’이 누구인가를 묻는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 성공회 신부인 데이브 톰린슨이다. 오랜 동안 가정 교회 리더로 수많은 교회를 개척하고, 펍pub이라는 술집 같은 곳에 홀리조스라는 교회를 세우기도 하였다. 지금은 런던 북부에 위치한 세인트루크 교회 교구 신부로 일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가리켜 ‘불량 크리스천’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불량 크리스천’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교회에 나가보지 않은 많은 이들이 교조적 신념이나 교리와 싸우면서 단순히 종교적이기만 한 삶을 거부하고,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길을 걷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들은 아마도 크리스천임을 부인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들은 ‘예수의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며 속속들이 ‘불량 크리스천’이다.”(p20)
세상에는, 교회 밖에는 그가 말하는 ‘불량 크리스천’들이 실제로 많다. 종교적이지 않지만 예수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가하면 교회는 다니지만 예수의 방식으로 사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나님은 ‘교회를 나가는 사람과 안 나가는 사람, 혹은 신앙인과 비신앙인’으로 나누는 분이 아니다. ‘우리가 일요일 아침에 뭘 하느냐보다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해나가고,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더 관심 있어 하시는’ 분이다.”(p17)
책에는 ‘불량 크리스천’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교회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기도할 때가 더 행복하고 집이 교회라고 말하는 케이. 연락할 만한 친척도 남길 유산도 없었던 에릭이라는 일흔한 살 이웃의 장례식을 위해 돈을 모금했다. 그녀의 모금과 장례식 덕분에 에릭은 ‘비석이 있는 그럴싸한 무덤’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모금으로 장례 비용의 절반밖에 마련하지 못했고, 얼마 안 되는 자신의 수입을 쪼개 3년에 걸쳐 갚아나가기로 장의사와 협의’했다. 케이는 그저 말없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선한 사마리아인이다. 저자에게 이런 이들이 바로 ‘불량 크리스천’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케이는 내가 아는 누구 못지않게, 아니 누구보다 훌륭한 크리스천이다. 단언컨대, 만약 천국이 있다면 케이는 맨 앞줄에 서게 될 것이다!”(p39)
이런 삶이 없는 신앙은 한낱 이기적인 종교집단에 불과하다. 기독교는 오직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근거해야 하고, 무조건적인 하나님의 사랑을 세상에 나누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독교의 근본 메시지는 인간의 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우리 각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이다.”(p216)
솔직히 나와 같은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이들이라면 책을 읽어가면서 불편한 부분도 적지 않다. 책의 내용에 전부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그가 던지는 질문에 변명하거나 회피할 수도 없다. ‘진짜 크리스천’이라면 예수의 ‘그 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 삶임은 부인할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 시대를 열어가는 예수의 사람들이 과연 누구일까라는 진지한 물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독을 해 보시라. 우리 시대의 ‘진정한 크리스천’에 대한 답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