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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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익숙한가 했더니. 기존 판본의 2025년도 2판이다! 맞춤법과 시대에 맞지 않는 대화체가 일부 수정되었다고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유아차'라는 워딩.

미래를 예측하는 인물의 등장으로 미스터리가 시작되는 초반 전개는 오히려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어떤 부분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소설의 감상 포인트가 달라질 것 같다.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고, 사후 세계의 존재에 대한 질문.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났다면 어떨까 하는 의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만약 정말 미스터리 소설처럼 누군가의 죽음을 예견하고 막고 그 이유를 찾는 이야기였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겠지만 이 책은 그런 추리에 초점을 맞춘 소설은 아니라는 점이 특징적!

<그 후에>는 크게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사랑의 위대함이 큰 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욤 뮈소의 작품은 스릴러와 반전이 주를 이루지만, 작품을 아우르는 큰 주제는 사랑이다.
처음에는 사랑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탈리아 이민자로서 궂은일로 네이선의 학비를 댄 어머니, 아기 때 세상을 떠난 아들 션을 잊기 위해 일에 몰두하고, 어릴 때부터 함께했던 말로리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 들었다가 죽을 뻔 하고. 그리고, 같이 살지 않게 된 딸 보니를 사랑하는 마음과 말로리를 위해서 장인어른의 죄를 뒤집어쓰는 것까지 다 사랑 때문이 아닐지. 오히려 죽음을 앞둔 사람이기에 더 가능했을수도.

반면, 어머니께 희생을 알게 모르게 강요하고(내 출세를 위해 엄마가 돈 벌어오는건 당연해 난 변호사가 될거니까 라는 식의) 변호사로 '성공'한 뒤 어머니한테 모질게 굴었다며 1차 후회
명문가, 부잣집 웩슬러 가의 딸인 말로리에게 걸맞는 성공한 남자가 되기 위해 일에 몰두하고 가정에 소홀했던 것을 나중에 깨닫고 2차 후회

아니 그런데 네이선도 제프리도 여기 남자들이 너무 위선적인 것 같음 약간 자의식 과잉에 허세도 있고... 후회할 짓 백 번 해놓고 나중에 후회한다. 그렇게 사회적 성공, 계급 상승에 목매다가 아내한테 상처 주고 가정에 소홀했다는 건 변함없음ㅠ

무종교인으로 묘사되는 네이선은 예언대로 차례로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사후 세계에 대한 생각을 한다.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네이선은 희미한 빛에 이끌려 빛의 터널을 통과하는데… 《이 부분이 소설의 결말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특정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흔히 상상해 보는 주제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매사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지만, 내가 만약 죽는다면? 혹은 가까운 사람이 죽는다면? 이라는 의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하루하루에 지쳐 소중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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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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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알람 대신 새의 지저귐에 눈을 뜨고,
오늘 먹을 밥상 위 식재료를 직접 키우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숨을 돌리는 삶.
이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지만 그럼에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꿈꾸는 삶의 모양이다.

도시를 벗어나, 회사를 벗어나 살아가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처럼 달콤한 일상이 펼쳐질까? 자연 곁에서는 ‘오롯한 나’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김미리, 귀찮 작가의 편지를 엮어 만든 책.
사적이면서도 공적이면서도 한, 글 쓰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근사한 교환일기(정말 부럽다!)이다. 제3의 인물로서 내가 이 이메일에 cc로 들어가있는 기분인데, 각자의 자리에서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는 감각적인 글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서울 생활 8년차에 접어든 내가, 서울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소도시 여행을 다녀오고 기분이 싱숭생숭하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오도이촌의 생활이란 어떨까?
시골 생활, 농사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엄두도 못낸다는 걸 알면서도 아침 해를 알람 삼아 일어나고, 내 일상을 가꾸고, 9 to 6에서 벗어난 삶... 한 번 쯤은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르기도 하고. 몽글몽글하다.


그리고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거. 책 소개에서 느껴졌던 것과는 달리 이건 단순한 귀농 에세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선 지구 열대화를 살아가며, 3월에 폭설이 쏟아지고 4월에 우박을 맞는 우리가 언제까지 사계절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공감. 슬픔은 나누면 슬픈 사람이 두 명이 된다지만 유대가 느껴졌다.

사실, 어디 가서 직접 말을 꺼내지는 않지만 몇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비건식을 지향하는 이유는 내가 대단한 환경 운동가이고 동물 애호가라서가 아니다. 그냥 나이 먹으면서 내 한 몸 건강하고 싶어서, 늙더라도 아프게 늙기 싫어서 그런거다.

육류 소비가 대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새끼를 낳자마자 또 인공적으로 송아지를 배고, 젖을 짜는 우유 소비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생각해보면, 나는 반쪽짜리 비건 생활을 멈추지를 못하겠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둘이나 더 있다는걸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지속 가능한 농촌 생활(인구 소멸, 환경오염, 기후위기)과 나아가 전 지구적인 차원으로까지 문제를 제기한다. 두 작가가 주고받는 편지 속에 깊이 공감하며,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더 있다는 사실이 뭉클하고 좋았다. '예민하다'로 치부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진지한 고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게 아닐까.

농촌생활을 지탱하는 버스 기사님들, 수리 기사님들, 배달 기사님들, 그리고 베테랑 마을 어르신들... 주변을 살피고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껴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근사하다.


김미리 작가의 "책이 된 편지의 마지막 수신인이 되어주신 독자님께"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나 또한 두 창작자의 여정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귀찮 #김미리 #에세이신간 #책추천 #에세이추천 #우리는나란히계절을쓰고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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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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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가 가끔 도망가는 것은 비겁해서가 아니라 다시 잘 돌아오기 위함이라는 것을."

-작가 편지에서

각막을 이식받은 주인공 유리가 기증자의 흔적을 찾아가다가 기증자와 같은 병동에 있었던 시온의 존재를 알게 된다. 시온과 기증자가 지내던 제주로 떠나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던 삶을 깨닫는다는 게 메인 스토리.

각막 이식은 다른 장기와는 달리 기증자의 죽음을 전제로 한다. 뇌사 혹은 사망해야 각막을 적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어디서 봤던 기억이.. 이미 세상을 떠난 기증자와의 연결고리인 시온을 만나고부터, 유리의 눈에 떠다니는 눈 모양의 결정체는 사라진다.

문득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은 다시 돌아와서 잘 해보려고, 기울어지는 것은 수평을 맞추기 위함이라는 메시지가 와닿는 작품이었다



그놈의 의대가 뭔지, 유리 주변의 어른들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도 무심하고 잔인한 한편, 하위반 담당 학원 선생님 같은 어른이 주변에 있다는 것도 다행이었다. 사고 이후 유리의 가족들 모두가 상처를 안고 환자, 기도인, 간병인,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유리가 할머니를 미워하다가도, 할머니를 이해하고 용서할 것이라는 암시, 그리고 영이도 회복이 되었으면 하는 나의 마음 ㅜ.ㅜ


눈과 눈, 결정과 결정, 동음이의어,
x와 y, 루트, 함수와 수학. 그리고 난기류, 비행 관련 용어들...
챕터의 이름과 곳곳의 디테일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정식 출간 전 가제본일때 읽었지만 정식 출간도 기대가 된다. 적극 추천하고 싶다! 청소년 문학 수상작이지만 충분히 성인도 보고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동봉된 작가의 편지를 읽고 깜짝 놀랐다.
왜냐면 도피성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잘 돌아오기 위함이라는 것.
어디론가 떠나는 중이라는 작가님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최현진
#스파클
#창비청소년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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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 교양 100그램 5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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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
답은, 이유 없는 불안은 없지만 이유를 굳이 찾으려 하지 마라. 일 것이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불안은 없애는 게 아니라 길들이는, 함께하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어떻게 해야하느냐, 보다는 불안이란 무엇인가, 에 더 초점을 맞춘 책이라는 점~

이유 없는 불안은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왜 불안한가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려운 것일 뿐이다. 불안은 우리가 목숨에 위협을 느끼거나, 위험한 상황을 대비하게 해 주는 경보 같은 것이므로, 오히려 불안을 아예 느끼지 않는 상태가 더 위험하다.

막상 겪어보면 불안해하고 떨었던 것에 비해 별 것 아닌 일인데, 어쨌든 걱정이 되니까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들이 나에겐 엄청 일상적이다. 하지만 이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너무 심하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감정이 신체적 피로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면 휴식과 운동을 통해 해소할 수도 있고, '보통' 상황의 범주를 넓히는 것으로 불안함의 역치를 낮추면서 나의 일상과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 과잉 측정과 과잉 반응, 과잉 평가. 작은 충격에도 어떤 사람은 별일 아니라고 느끼는 한편, 어떤 사람은 난리가 나는 것이다. 이게 질환이 된다면 공황장애. 그 근간은 '죽을까봐 두려운 것'.

- 같은 스트레스, 같은 신체 반응이어도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주관적 해석> 즉, 개인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덧붙인다.

인터뷰처럼 말을 건네듯이 생생한 문체라 금방 읽힌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문어적으로 정돈되지 않은 느낌도 들 수 있겠다

사소한 일에도 불안하고 초조하고...농담처럼 죽어야 해결된다고 말을 하곤 했는데, 살아있는 한 불안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길들이고 함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생각보다 잘 안 망가져요"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공식이다.
잘 먹고 잘 자는 것, 가장 쉬워보이면서도 어렵지만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첫 걸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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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 어느새 인간관계가 고장난 사람들에 관하여
맥스 디킨스 지음, 이경태 옮김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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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제목.
작가는 결혼식 들러리에 부를 만한 친구가 한 명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먼저, 서문에서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에 그 대상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밝힌다. 이 부분이 책을 읽기에 앞서 중요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인 중산층 영국인 남성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모든 이야기에 공감하기에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노인 고독사, 히키코모리 문제와는 결이 살짝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읽어나가면 좋을 것 같다.


남자 절친은 '브로맨스'라는 불경스러운 꼬리표가 붙어 미묘하게 폄하된다.

남자친구들은 우정 자체가 아닌, 그들 사이에 어떤 외부 요소가 관련되었을 때만 의미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왜 외로움을 느끼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남자들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거나, 타인을 세심심하게 챙기거나, 정서적으로 섬세한 모습을 보이면 아직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계집애 같다'는 말로 무시당하거나, 심지어 남자 둘이 크림 파스타를 먹는 것조차 ‘게이 같다’며 조롱의 대상이 되는 현실. 결국 남자들끼리도 서로 거리 두고, 진짜 친밀한 관계를 맺기가 어려워진다는 분석이었다.

기싸움, 과시, 조롱이 섞인 농담이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남성 문화도 문제다. 누군가 불편해해도 ‘씹선비’라며 몰아가고, 선을 넘는 말과 행동도 ‘유쾌한 또라이’라며 웃어넘긴다. 다들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니 결국 가벼운 유대감만 남고, 깊은 관계를 맺기는 더 힘들어진다. (물론!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니다)

남자들도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사는데, 왜 이렇게 외롭다고 느끼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더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남성우정 #남자는왜친구가없을까 #인간관계 #북스타그램
*창비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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