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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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로의 시골'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다양한 삶의 모습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모든 것들은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무엇이든. 각각의 고유한 세계를 지닌 우리는 이따금 충돌하기도 하고 함께 어우러지기도 하며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세계는 삶의 작동 방식이자 시스템이며, 무언가의 유지 수단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인간의 세계는 좀 더 복잡하다. 나의 세계를 유지하면 타인의 것도 존중해야 하며 때론 손에 쥔 것을 양보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이 세계는 한 인간이 처한 시대나 국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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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 소설가의 <산 사람은 살지>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70대 노모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노모의 일기와 과거,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소설은 '소설'보다는 인물의 '삶'에 더 가깝다. 그 속에서 독자는 노모가 되어보고 그가 바라보는 세계와 그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p.332 당신 큰누님마저 돌아가셨답니다. 수원 큰애네 부부가 마스크 쓰고 문상 다녀왔어요. 작은애랑 사위는 여기 장지로 오실 때 간대요. 저는, 안 갈래요. (중략) 기분은 또 남편 무덤의 풀을 뽑아댔다. 풀들도 살아보겠다고 저리 악착을 떠는데 산 사람이 못 살겠나. 살 것이다. 힘껏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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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어머니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시골 풍경을 담고 있으며, 홀로 남은 노모의 처지와 마음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남편을 보낸 뒤 혼자 남은 노모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몸은 나날이 늙어가고 자식들은 그런 노모를 걱정한다. 하지만 노모를 향한 자식들의 걱정은 자식은 향한 노모의 걱정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노모는 그렇게, 자신의 일기를 뒤적이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노모의 세계는 나의 세계와 다르다. 그렇기에 때론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내가, 노모보다 몇 십 년은 늦게 태어난 내가 노모의 세계를 알기 위해선 먼저 그의 삶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책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소설은 그러한 과정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좋은 것이기도 하고 씁쓸한 것이기도 하며, 어쩔 수 없는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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