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에게 창비청소년문학 142
주민선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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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세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멋진 편지를 내가 받았구나’ 였다. 그리고 한 권의 소설이 이토록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주인공 ‘미아’가 읽은 편지에 담긴 치밀하고도 사려 깊은 선의가 미아를 통해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 감정이 이토록 격렬하게 느껴진 것은 ‘편지체’라는 형식과 독자를 직접 지칭하여 말을 건네는 듯한 ‘너’라는 인물의 존재 덕분일 것이다. 이 요소들은 이 책의 메시지의 전달력을 극대화한, 높이 평가할 만한 지점 중 하나이다.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멋진 삶을 위해 아득바득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늘 아름다운 삶을 외쳤지만 결국 나의 모든 행동은 가장 원초적인 생존으로 귀결되었다. 머릿속으로는 이 행위가 싫었고 탐탁지 않았지만, 나는 그저 현실에 수긍했다.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이 내 삶의 궁극적 목표를 지워서였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을 허황된 꿈을 좇는 거라고 무의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그 의문만 가득 가진 채 삶의 목표를 정해오던 나는,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를 보고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살아남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온전한 ‘삶’을 살고 싶었던 거구나.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에는 생존의 이유가 덧씌워져 있어 불쾌했던 것이구나. 나는 끝을 보는 삶을 살고 싶었던 거구나. 내 삶의 여정이 생존이 아닌 진정한 삶이 되기를 바라고 있구나를.
그러니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살아가자.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연대하고, 희망을 품으며 알 수 없는 미래를 쉽게 져버리지 말자. ‘나의 미래에게’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삶의 좌표를 잃은 현대인에게 보내는 필독서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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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하고 싶어. 달라진다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씀으로써 나의 과거는 기억으로 남고, 씀으로써 나는 시시각각 흘려 버리기 쉬운 현재에 눈을 뜨게 돼.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마주하면 미래 역시 달라져. 미래라는 파도에 속수무책으로 휘말리는 게 아니라 겪었던 해류를 기억하고 현재의 물살을 파악하며 다가올 파도를 가늠해 나아갈 방향을 정하게 돼.

- 『나의 미래에게』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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