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사 - 창의적인 수용과 융합의 2천년사
소병국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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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것도 없이 역사는 인접 분과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알아야할 가장 기본적인 분야입니다. 이번 소 병국 교수께서 <동남아시아사>를 상재함으로서 흡사 코끼리의 일부분만을 만져보던 사계의 학자들에게  전체를 보는 시야를 제공한 듯한 느낌입니다. 흐릿하던 시야가 시력보정 후 선명해진 느낌입니다. 피상적으로 혹은 야사로 접하던 동남아 각국, 각 종족의 역사를 통사로 접하게 되어 동남아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이를데 없습니다. 오랫동안의 가뭄에 단비를 맞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쁨을 주신 동료 교수 소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동안 몇몇 동남아학자들이 피상적으로 동남아사를 단편적으로 기술, 인용해왔습니다. 특정 외국학자가 쓴 국가의 역사를 번역하다 시피하여 저술로 내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더러는 역사 이외 분야의 학자들이 이 분야를 침범(?)하기도 했었습니다. 부끄러운 동남아학자들입니다. 이번 <동남아시아사>가 출간됨으로써 연구하는 동남아학자로서의 모범을 보였습니다. 더 좋은 내용을 보여주기 위하여 오랫동안 원고지를 손에 들고 주무르시던 소 교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는 어제 책을 받고 제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고대사 부분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문학연구자로서 제가 전공한 쁘라무디아(Pramoedya Ananta Toer) 선생의 역사소설을 분석하는데 요긴한 참고서지로 사용될 것 같습니다. ‘역사의 결에 솔질’을 하고 싶어하는 쁘라무디아 선생의 역사에 대한 해석을 곁눈질하면서 역사가 단순히 지나간 팩트를 되새김질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며 <신남방시대> 맞이하여 이 지역에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한국외대 아시아언어문화대학장 고 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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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기타
김종구 지음 / 필라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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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한겨레 편집인의 <오후의 기타>에는 기타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별로 재미없는 책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이 책은 신문기자의 치열한 일상에서 11년차 기타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그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치열하지 않으면 어떤 사소한 악기도 정복할 수 없을 것이다. <오후의 기타>에는 늦깎이로 기타에 입문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오히려 그것이 독자들의 관심을 산다.

 

나는 대학교수로서 11년차 아마추어 드러머이다. 악기는 다르지만 김종구 편집인이 기타를 배우며 겪었던 것을 나도 얼추 겪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특히, ‘1만 시간의 법칙’, ‘펌핑 나일론’에서는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악기를 다루어야 하는지를, ‘뇌 속의 불꽃놀이’에서는 악기 연주가 우리에게 어떠한 이로움을 추가로 주는지를, 그리고 ‘기타리스트 오승국과의 대화’에서는 음악 등 다른 분야의 예술에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을 콕콕 집어주었다. 홍기엽 바이올린 주자를 이웃으로 두는 행운을 안고 바이올린과의 협연을 시도한 김종구 편집인은 어리버리한 아마추어 연주가가 자신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당차게 드러낸다. 자신의 기타 실력을 핸디18 정도의 골프 실력으로 비유한 김종구 편집인이 절대로 그것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취리히에서 스위스를 대표하는 톤 알레 교향약단이 세계적인 바이올린 주자 율리아 피셔와 협연한다고 해서 연주회에 간적이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휘자가 92세의 헤르베르트 블롬슈테드(Herbert Blomstedt)였다. 율리아 피셔에게 쏠렸던 관심이 모두 그에게로 갔다. 90을 넘은 나이에 한 시간 반 동안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그가 존경스러웠다. 그 때 나는 70살 정도까지 드럼을 치겠다는 목표를 90살까지로 바꾸었다. 김종구의 <오후의 기타>는 내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다시 채찍질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악기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나는 당장 이 책을 십여 권 구입했다. 4년째 시도하고 있는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 수강학생들 중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인센티브로 선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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