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기타
김종구 지음 / 필라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김종구 한겨레 편집인의 <오후의 기타>에는 기타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별로 재미없는 책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이 책은 신문기자의 치열한 일상에서 11년차 기타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그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치열하지 않으면 어떤 사소한 악기도 정복할 수 없을 것이다. <오후의 기타>에는 늦깎이로 기타에 입문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오히려 그것이 독자들의 관심을 산다.

 

나는 대학교수로서 11년차 아마추어 드러머이다. 악기는 다르지만 김종구 편집인이 기타를 배우며 겪었던 것을 나도 얼추 겪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특히, ‘1만 시간의 법칙’, ‘펌핑 나일론’에서는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악기를 다루어야 하는지를, ‘뇌 속의 불꽃놀이’에서는 악기 연주가 우리에게 어떠한 이로움을 추가로 주는지를, 그리고 ‘기타리스트 오승국과의 대화’에서는 음악 등 다른 분야의 예술에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을 콕콕 집어주었다. 홍기엽 바이올린 주자를 이웃으로 두는 행운을 안고 바이올린과의 협연을 시도한 김종구 편집인은 어리버리한 아마추어 연주가가 자신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당차게 드러낸다. 자신의 기타 실력을 핸디18 정도의 골프 실력으로 비유한 김종구 편집인이 절대로 그것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취리히에서 스위스를 대표하는 톤 알레 교향약단이 세계적인 바이올린 주자 율리아 피셔와 협연한다고 해서 연주회에 간적이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휘자가 92세의 헤르베르트 블롬슈테드(Herbert Blomstedt)였다. 율리아 피셔에게 쏠렸던 관심이 모두 그에게로 갔다. 90을 넘은 나이에 한 시간 반 동안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그가 존경스러웠다. 그 때 나는 70살 정도까지 드럼을 치겠다는 목표를 90살까지로 바꾸었다. 김종구의 <오후의 기타>는 내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다시 채찍질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악기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나는 당장 이 책을 십여 권 구입했다. 4년째 시도하고 있는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 수강학생들 중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 인센티브로 선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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