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 엄마
한지혜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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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 안녕!


엄마란, 내게 늘 가장 어렵고 아픈 이름이다. 엄마가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 쓴 소설 속 편마다 그 이름이 남아 있으니 대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엄마들은 내 엄마와는 다르다. 그러나 동시에 모두 내 엄마이기도 하다. 나는 엄마와 같은 엄마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모성이,  본성이 아니라 하나의 신화이고 환상이라는 데 이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 훨씬 이전부터 나는 엄마에게 그 사실을 배웠다. 


엄마는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이었고, 여성이었고, 지극히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복잡한 존재였다. 그 존재가 내 안에 이야기를 심고, 키우고 확장시켰다. 이제까지 내가 써 온 많은 이야기들이 엄마에게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제 그 이야기의 원형, 그러니까 그 이야기의 주인인 존재에 대해 기록하고 싶다. 그것은 헤어지는 순간, 사랑한다, 는 말 대신에 엄마에게 전한 나의 작별인사이자 약속이기도 하다. 

p. 242 '작가의 말’ 중에서


그런데 오빠와 막내는 엄마의 귀에 대고 무어라 인사를 했을까.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냥 이렇게만 말했을 뿐이다. ‘엄마, 안녕’ 이라고.

p. 33 ‘환생’ 중에서 


엄마를 닮고 싶지 않아서, 엄마처럼 살기 싫어서 도망치듯 애쓰며 살았는데 딸 아이 앞에서 엄마를 닮은 나를 마주할 때 마다 무릎이 꺾이곤 했다. 작가의 말처럼 나또한 엄마라는 이름은 여전히 어렵고 아픈 이름이다. 엄마처럼 그 이름으로 살고 있는 지금, 현실 속 엄마와 내 영혼에 깊이 새겨진 엄마는 다르지만 또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내게 욕하고 소리 지르던 엄마가 하루하루 속절없이 늙어버려서 더는 악다구니를 써대며 나를 왜?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배제시켰는지 따져 묻지 못한다. 


일곱 빛깔의 각각의 다른 스토리 안에 각기 다른 삶을 사는 여성이며 엄마인 사람들의 있을 법한 이야기와 기묘한 이야기가 요란하지 않지만 흥미롭게 전개된다.작가의 글에선 그 어디에서도 모성을 신성한 것이라고도, 모성을 전복해야 한다고도 하지 않고 그저 무연하게 바라보는데 절절하게 오열하며 엄마를 끌어안지 않아서 좋았다. 완벽한 모성 어디에도 없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지금의 나에게 몹시 위로가 되기에.


이 책을 읽는 그대들이 여성이어도 좋고 여성이 아니면 더 좋겠고 엄마여도 좋고 엄마가 아니어도 좋겠다. 우린 누구나 엄마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나온 존재들이니!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


언젠가 엄마와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엄마의 귀에 대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대신 나도 작가처럼 이렇게 말하겠지.

 '엄마, 안녕.’ 이라고


그리고 간절히 바란다. 내 딸아이가 나처럼 엄마를 너무 사랑하지 말기를, 하여 너무 아프지 말기를 . . .언제고 나와 헤어질 땐 쿨하게  '엄마, 안녕’ 이라고 말하길!




#서평 #물그림엄마 #한지혜소설 #민음사 #7편이모두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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