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지개를 타고
보배 지음 / 아토포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무지개를 타고 | 보배 지음


그리고 결국에는, 세상에 고통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야 만다.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해본다. 이 책은 소수자들에게 한없이 가혹한 ‘연민과 혐오의 세계’를 넘어, 사랑과 연대의 길로 나아가게 만들어줄 마법 같은 책이라고. -소설가 박상영


동화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찬이었고 같은 나이라서 그런지 가끔 안부를 물으며 차차 내밀한 속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혼 후 맘을 나누던 옛 친구들과 멀어져버린 내게 또래 친구와의 만남은 선물과도 같았다. 작년 겨울 전화 통화를 하다가 우연히 ‘퀴어 문학'에 대해 묻게 되었는데 그녀는 다짜고짜 그쪽으론 얼씬도 말라며 화를 내었다. (내 주위에 독실한 크리스챤 지인들이 있지만 모두가 그녀 같지는 않다.)


"난 동성애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동성애가 뭐가 어때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은 거 아니야? 동성애란 이유로 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하나님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지 않았어? 글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소수자에 대해 말해야지."


그녀는 다른 날과 다르게 서둘러 전화를 끊었고, 그 후로 전화도 톡도 받지 않았다. 


언제부터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말할 수 없다. 타고난 금수저도 아니고 세상이 원하는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학벌이나 화려한 경력 따윈 1도 없지만, 이젠 부러 만들며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보통의 세상은 내가 원하는 세계와  매번 충돌하였고 그 어디에도 섞일 수 없는 비주류였으니 나 또한 소수자의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러니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자이며 보통의 이성애자인 내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성수자의 삶을, 퀴어 문학을 온전히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책은 구원이 되어주지는 못했지만, 내 등을 도닥여는 주었다”라고 말하며 그녀가 용기내어 풀어놓은 퀴어한 삶과, 퀴어한 문학 이야기가 소외되고 배제된 누군가에게 토닥임으로 가 닿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퀴어한 삶을 몰랐던 그대들의 시선이 사랑과 연대까진 아니어도 결코 연민이나 혐오가 아니길 . . . 


특히 2018년에 읽었던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는 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장편소설이었다. 내가 소설 속 저 엄마였다면? 내 딸이 성소수자라면? 이란 질문을 수없이 던지며 '세상 모두가 등 돌리고 돌을 던져도 나만은 딸의 편이 되어 주어야겠다!'라고...다짐하고 또 다짐하게 되었던 경험은 어딘가 존재할 퀴어한 삶에 대해 더 깊고 세심하게 바라볼 수 단초를 만들어 주었다. 문학의 역활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여 작가는 주류의 삶 보다는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삶의 지리멸렬함에 지친 내게도 책은 삶의 구원이 아닌 시린 등을 도닥여 주는 ‘위로’ 였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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