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국 신화 2 : 세상의 처음, 대별왕과 소별왕 - 어린이를 위한 우리 인문학 만화 한국 신화 2
박정효 지음, 권수영 외 그림, 이경덕 기획 / 다산어린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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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비롯한 설화들은 우리 문화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설화를 이해하면 우리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신화는 일반적으로 '상징성'으로 범벅되어 있다. 성경도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까 어렸을 때부터 설화들의 상징성이 무엇인지 생각, 분석해보고 이해하는 훈련이 된다면 중, 고등학교에 가서 다양한 문학작품을 만나도 분석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마블 영화의 세계관, 지브리의 세계관, 해리포터 세계관 등등 우리는 다양한 세계관을 접한다. 나는 요즘 지구오락실이라는 예능을 즐겨보는데, 예능마저도 세계관이 존재하고, 여기에 등장하는 토롱이는 매체 밖으로 나와 팬사인회를 진행하거나 해외 행사에서 댄스를 선보이는 등 오프라인 세계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점차 세계관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신화는 오랜시간 축적된 우리 민족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가치관 등이 집약된 것이 이 신화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단군신화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다양한 신화들이 존재한다.



 

<만화한국신화 2편>에서는 대별왕과 소별왕 신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별왕과 소별왕은 각각 저승과 이승을 다스린다.

선조들은 우리 세계에 해와 달이 두 개씩 있었다고 생각했고, 인간 이외에 동식물도 말을 하고,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한다 생각했었나 보다. 실제로 그리 믿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상상력이 조금은 귀엽기도 하다.

천지왕은 어느날 갑자기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해와 달을 하나씩 삼키는 꿈이다. 천지왕은 이를 태몽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 꿈은 태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태어날 대별왕 소별왕이 해와 달을 하나씩 없애는 내용으로도 이어진다.

꿈은 많은 문학 작품에서 사용되고 있다. <구운몽>, <금오신화> 등에서도 꿈은 주제를 드러내는 장치로 쓰인다. 물론 이 신화에서의 꿈은 위에 언급한 소설들의 꿈보다는 그 장치적 역할이 미미하지만, 스토리 전개의 발단이 되며, 복선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비 없이 대별왕과 소별왕은 아버지의 존재를 궁금해 할 나이만큼 자랐다. 총맹부인은 그런 그들에게 박씨를 건네고, 땅에 박씨를 심자 금세 하늘에 닿을 만큼 자라게 된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가 생각난다. 가끔 설화들을 보면 '오, 이거 다른 나라 이야기에도 있는 내용인데?'하는 것들이 있다. 이럴 때 인류 보편의 정서를 깨닫게 된다.

덩굴을 타고 하늘에 올라 아버지 천지왕을 만난 둘은 이승과 저승을 각각 다스리라는 명을 받는다. 대별왕이 이승, 소별왕이 저승을 다스리라 했지만 소별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별왕과 대결해 이기는 사람이 이승을 다스자고 제안하고 대별왕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체 무엇으로 대결을 할 것인가?

너무나 귀엽게도 수수께끼와 꽃 피우기이다. 싸움이나 힘 겨루기가 아니라 수수께끼와 꽃 피우기라니. 세상 평화로운 대결이다. 수수께끼에서 참패한 소별왕은 승복하지 않고 꼬 피우기 대결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 대별왕의 꽃은 싱싱한 데 반해 소별왕의 꽃은 시들시들한 것을 본 소별왕은 몰래 꽃을 바꿔치기 한다. 그리하여 소별왕이 이승을 다스리고, 대별왕이 저승을 다스리게 되었다.

하지만 소별왕이 통치자가 되어 본 이승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앞서 제시되었듯, 이승은 해와 달이 두 개 였고, 동식물이 말을 하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섞여 있어 혼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소별왕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대별왕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꽃 바꿔치기를 알고 있었지만 눈 감아준 대인배 대별왕은 소별왕을 흔쾌히 도와준다.

역시 활의 민족이다. 대별왕은 활을 쏘아 해와 달을 하나씩 부숴버린다. 우리나라가 양궁 강국인 이유가 있다. 주몽의 후예, 대별왕의 후예들.

대별왕은 산 자와 죽은 자도 무게로 구별한다. 죽은 자는 무게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지혜롭게 해결한 것이다. 그런데 60킬로그램을 못 넘으면 죽은 자인가...? 어린 아이들과 마른 사람들은..? 여기서 중요한 건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무게가 있느냐 없느냐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환웅이 단군으로 하여금 대별왕과 소별왕을 만나게 한 이유가 있다. '질서의 무게'. 아마 이어질 시리즈에서 단군은 나라를 세우기 위한 깨달음들을 다양한 신화를 통해 배우게 될 것이다.

만화가 끝나고, 뒷부분에는 신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배경지식들이 서술되어 있다.

앞서 꿈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보았는데 "꽃"도 생각해 보아야 할 키워드다. 하필 왜 대결을 꽃으로 했는가. 책에 설명되어 있듯이 우리 선조들은 힘과 전쟁보다는 조화와 평화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 소별왕이 이승을 다스리게 된 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평화와 조화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대별왕이 아니라, 소별왕이 이승을 다스리게 되면서 세상은 조금은 평화롭지 못하고, 조화롭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사회 그 어디에도 완벽한 평화는 없다. 우리 선조들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대별왕이 이승을 다스렸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달라졌을까?

설화의 상징성을 찾아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꿈과 꽃을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듯하다. 교과와 연계된 내용들이 책 후반부에 줄글로 담겨 있으니 아이들이 만화만 읽고 책을 덮지 않도록 옆에서 지도해 주면 학습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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