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샤론 모알렘 지음, 정경 옮김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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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의 기존 알량하게 알던 지식체제를 가장 많이 뒤흔든 책이다.
내 유전학에 대한 지식은 멘델에 멈춰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
예를 들어,
왜 어떤 사람은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잘까?
왜 임신 초기에 엽산을 먹어야 하지?
왜 유전자 조작 옥수수에 사람들이 걱정할까?
왜 여왕벌은 로열젤리를 먹을까?
왜 시금치를 먹으면 암 발병률을 낮춰질까?
왜 영향 보조제가 만능이 아닐까?
등등 수많은 궁금증에 대해 많이 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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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몸과 관련해서 파생되는 많은 상식, 의문점을 의학이 아닌 유전자 발현 관점으로 알려준다.
그렇다고 단순 ‘건강하게 삽시다.’ 책은 아니다.
유전학에 대한 최신 지식을 농도 깊게 알려준다.
유전학에 특별히 관심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나처럼 콩으로 배웠던 멘델의 법칙에 지식이 묶여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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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에는 유전을 흑백의 멘델 렌즈를 통해 이해했을지 몰라도 오늘날 우리는 유전 발현을 유전학적 총 천연색으로 보는 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5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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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세계를 총 천연색으로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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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데,
완두콩이 덩그러니 그려지고,
옆에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는 책표지를 봤을 때 흥미를 그닥 못 느꼈다.
건강을 챙겨야 하는 나이가 되었건만,
애써 젊은이인 척 하는 마음 때문인지,
건강 관련 책을 피하고 있었다.
건성건성 한 마음으로 1장 유전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살펴보다가,
관심의 불이 여기저기 켜지면서 몰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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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유전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는 영화 관상이 딱 떠오르는 에피소드들로 사람을 제대로 업장(책 속)으로 끌고 간다.
유전학자들은 유전자 검사를 하기 전에도,
환자의 얼굴을 보며 어떤 질환이 의심되며,
잠재적으로 발병할 병명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한다.
흡사,
관상가 한 장면 같기도 하고 비과학적인 이야기 같지만,
다운증후군을 앓고 계신 분의 얼굴을 한 번 떠올려보자.
1996년에 나와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영화 ‘제8요일’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나온다.
영화를 보고 관련 다운증후군 환자 이야기를 보다면,
다른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분들도 유전자 발현 문제 때문에 주인공 조지와 얼굴과 인상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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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은 얼굴에 눈에 띄게 나타난 경우고,
대부분 전문가가 아니면 찾기 힘들거나 오히려 장점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신비롭고 풍성한 눈썹은 FOXC2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라든지 등.
이를 알면 우린 관상가 흉내를 낼 수 있다.
FOXC2 유전자 돌연변이는 풍성한 눈썹(이중 눈썹)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림프액 부족으로 다리가 쉽게 붓는 증상도 있다.
당신이 엘리자베스 테일러 한테 가서 ‘관상’을 본다며,
다리가 쉽게 붓는 관상이라는 얘기 같은 굉장히 사적인 부분까지 짚어내면,
관상을 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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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과거 관상가라는 게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시대에 생활 방식, 직업 등 인생이 상대적으로 무척 단순했을 것이고,
관상가가 얼굴로 보이는 유전학적 질환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면,
사망 원인도 추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특정 유전질환은 자식대에 발현되는데,
관상가가 어떤 사람의 얼굴에서 경험적 유전 질환을 찾아내어 ‘자식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관상이로다’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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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을 읽고 나면,
열린 마음으로 앞으로 펼쳐질 유전자의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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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자들에게 이미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사이의 경계에 묶인 단단한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락 종용할 것이다. 물론 그 위는 많이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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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제목은 유전자 바꾸기다.
내가 저자가 저명한 유전학자라는걸 몰랐던 당장 책을 던져버렸을 것이다.
건강식품 판매 카탈로그라고 생각해버렸을 것이다.
유전자를 바꾼다고?
이건 무슨 비과학적인 얘기람.
책을 읽어보면 이 황당무개한 이야기에 또 훅 빠져든다.
‘아~, 내가 유전학에 대해 무지했구나’
자,
주제는 유전자의 발현이다.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끄고나 켜서 발현을 조절한다는 후성유전학이다.
유전자 조작없이도,
특정 유전자 스위치 조절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부분에서 거만하게 팔짱끼고 '자 형씨, 한 번 나를 설득해보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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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꿀벌을 쓱 이야기 주머니에서 꺼낸다.
그리고 여왕벌과 꿀벌을 보여준다.
둘이 유전자 자체가 달라 보이는 족속지만,
당연히 둘의 유전자는 서로 같다.
그리고 여왕벌은 로얄제리를 먹어야 된다는 것 까진 알것이다.
근데 왜?
하필 로얄제리인가?
자,
벌의 애벌레 유전자에는 DNA메틸절달효소가 있다.
이 효소는 애벌레를 평범한 일벌로 만든다.
근데 이 효소를 억제하면,
애벌레는 여왕벌이된다.
이 효소를 억제하는게 바로 로얄제리다.
로얄제리를 어렸을 때부터 퍼먹으면,
메틸절달효소가 억제되어,
평민이 될 아이를 여왕으로 만든다.
허허,
단지 음식으로 말이다.
자 포인트는 이 효소는 사람들도 가지고 있다.
여왕벌이 된다는 것은 아니고 여러 유전자 발현을 억제,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한테도 꿀벌의 로얄제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자연계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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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과 4장을 보면,
다시 유전자에 대한 기본 상식들이 깨지기 시작한다.
특히, 멘델의 유전법칙!
유전자는 전달되고 확정된다는 믿음은 여지없이 쨍그랑.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유전자 발현이다.
즉,
나의 행동에 따라 특정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진다.
심지어 후대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왕따가 어떻게 사람의 유전자까지 영향을 주고,
심지어 후대에 절달 될 수 있는지를 보면 다소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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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장은 음식, 약품, 건강 보조제등 우리 입을 지나가는 것들이 배탈나냐 마냐 문제가 아닌,
유전자 스위치들을 켜냐,
끄냐 문제까지 이어진다.
책상 앞에 있는 건강 보조제를 가만히 노려보면서 성분을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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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에선 왼손잡이가 유전이냐 아니냐에 대해 얘기한다.
이즈음 되면 유전자 만능에 빠질 것 같다.
8장은 세르파 같은 가히 엑스맨급 사람들 얘기다.
사람이 가진 수억개의 유전자 중 단 한 개가 변이를 이르키면,
일반인 보다 50%의 산소활용률을 자랑하는 세르파가 된다.
많은 마블 영웅들은 외적인 변이에 의해 영웅이 된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가진 유전자 중 몇 가지 스위치만 조작해도 엑스맨이 될 수 있다.
9장은 엑스맨이 문제가 아니라 성별까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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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빼곡하게 채워진 이야기에 요약조차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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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치료를 위한 모금인 아이스 버킷이 한창일 때,
이런 목소리도 나왔었다.
치료가 불확실하고,
소수의 사람만 고통받는 희귀유전 질환에 투자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질병에 투자하는 게 어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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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면,
희귀유전 질환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다수를 위한 치료 지식을 준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전학은 한 마디로 노가다 같다.
수억 개의 유전자 중 단 한 개가 변했을 때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찾아야 한다.
어떻게 찾을까?
그 유전자 변이로 고통받는 환자를 관찰하면서 발견한다.
그러면서,
인류의 보편적인 질병에 대한 치료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아간다.
예를 들어,
성장호르몬 면역 때문에 왜소증을 가진 라론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아이러니하게 암에 대해 완벽한 면역을 가지고 있다.
유전학자들은 이 유전 질환을 통해 암에 대한 지식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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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최신 유전학에 대한 지식을 꽉꽉 채워놓는 것 외에,
희귀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에 대한 인식도 바뀐다.
어떤 시대와 사회에서는 이런 희귀 유전병을 가진 사람을 불길하게 여겼겠지만,
이분들이 본인의 그 불편한 삶 그 자체가 인류에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아이스 버킷 같은 희소병에 대한 성금, 모금에 대한 경제성에 대해 따지는 사람들도,
유전 질환 연구에 따른 일반 사람들에게 돌아갈 면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더 경제성이 있는 기부 활동도 없으리라 생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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