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바라는 것이 있다.
돈을 맘껏 써보는 것,
하루 빨리 어른이 되는 것,
성적이 잘 나오는 것,
날라리가 되어보고 싶은 것,
혹은 조용하게 살아보고 싶은 것..,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것들을 다 이루면서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원하는 것을 다해보려고 노력하기는커녕 한가지의 꿈조차 없거나, 어른들에 생각에 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보려는 날개조차 펴보지 못한 채 어른들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 살아가는 학생들이 점점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학교 폭력, 왕따, 자살, 교권 추락, 기간제 교사, 교원 평가 등 현재 학교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두 개의 이야기가 중심축이 되어 진행된다.
그 하나는 학생들 이야기. 학생들 ‘남순’, ‘흥수’, ‘하경’, ‘강주’, ‘민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학교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고, 개개인마다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인데 이 힘든 일들을 어떻게 이겨나가려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학교’하면 빠질 수 없는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중요한 한 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런 선생님 찾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기간제 교사 정인재 선생님.
학생들만을 위하지만 마음이 한없이 여리기에 아이들을 확 사로잡을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학원강사 출신의 강세찬선생님과 공동담임으로 2학년 2반을 맡게 된다. 정선생님은 자신을 통해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고, 가식적인 모습으로라도 자신에게 잘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아이들을 무사히 사회로 이끌어주는 정말 그야말로 ‘나침반’같은 역할을 해주는 진정한 선생님이었다.
물론 정선생님은 리더십도 부족하고, 학생들에게 수능 위주의 수업을 하지 않아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원성을 사기도 했다. 자신을 원하는 학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에서 떠날까 고민을 하기도 했었지만 진심으로 학생 한 명, 한 명 알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 뒤쳐지는 학생들, 조금 앞서나가는 학생들 모두를 이끌어가려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이 책에서 나를 울린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민기의 자살시도 장면이다.
민기가 결국 엄마를 위하는 것에도 한계를 느껴, 엄마를 벗어날 생각으로 학교 옥상으로 터덜터덜 올라가는 장면은 정말 내 가슴을 너무도 뭉클하게 했다.
얼마나 엄마의 기대와 바람이 무겁고 견딜 수 없었으면, 커서도 엄마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절망했으면 옥상까지 올라갔을까 정말 안타까웠다. 그래도 남순은 이 일로 자신만이 힘든 게 아니란 것을 느꼈고, 민기도 엄마에게 말을 하려는 용기를 가진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오정호 같은 아이들은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처럼 누구든지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 생각한다.
만약 오정호 같은 아이들이 있다면 그 사람의 단면만 언뜻 보고 그 사람에 대해 단정 짓지 말고 그 사람을 자세히, 오랫동안 지켜봐서 다양한 면을, 깊은 속내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학교 2013.
그야말로 2013년 현재의 학교실태를 자세히 그려놓은 작품이다.
오로지 학교교육의 최종 목표가 ‘대입’ 이기만 한 우리나라의 슬픈 현실.
무조건 좋은 대학 입학만이 꿈이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오로지, 무조건 ‘공부’만 해야 하는 학생들, 대학 문턱조차 넘지 못할 하위권 학생들은 앞으로도 절대로 해내지 못한다라고 못박고 그들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선생님들의 슬픈 실태.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현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외치고 있다.
학생을 위해서 뭐든 다 해주고 싶어하고 헌신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간절하게알리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존재인 학생들에게도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외치고 있다. 자신의 꿈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우리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고 외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여러 부류의 선생님들의 모습도 알 수 있고, 학생들의 여러 고충과 진정으로 되고 싶은 것과 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남순이와 흥수의 화해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역시 친구’라는 것을 느꼈고, 오직 “S대!” 하경과 자유분방 강주의 어울리지 않지만 또 썩 잘 어울리는 우정도 보기 좋았다. 형 대신 엄마를 위해 군소리 없이 엄마가 하라는 대로, 엄마가 바라던 대로 살아가던 민기도, 자신이 바라는 것을 직접 표현해서 자신이 바라던 일에 한걸음 다가선 것이 너무 기뻤다. 무엇보다 오이지! 오정호, 이이경, 이지훈 이 세 사람도 이제 자신의 아픔에만 파묻혀 이 세상을 삐뚤어지게만 바라보지 말고, 아픔을 잘 극복하고 잘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누구나 사람은 고난과 고통 없이 그저 행복한 삶을 바란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말을 알려주고 싶다..
‘이 세상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中-’
그렇다.
누구든지 고난을 겪으며 살아가게 되어있고, 이 시련을 이겨내면 그 고난이 그저 한 순간에 불과했다는 것,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시간들이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