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
김현 외 28인 지음 / 알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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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변했다

외출할 때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며

해외여행은 이제 아득한 옛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지는 데다 국내여행마저 차가 없는 이상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나의 일상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그나마 바람을 쐬러 나가던 커피숍을 가지 않는 것, 나간다 하더라도 몰아서 한꺼번에 일을 처리하는 것

불안감과 우울감은 늘 함께 있었기에 정서적으로 그다지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꿋꿋이 하루를 잘 견뎌내고 있다고 익히 들어왔는데

작가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견뎌내고 있을까?

북토크도, 전시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들 어떻게 지내실까

코로나에 대처하는 29명의 작가들의 이야기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들의 안부를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여행인지 몰라>의 본문 시작페이지에는 올리버 색스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나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심지어 지구가 황폐해지더라도

인간의 삶과 문화적 풍요는

생존할 것이라는 희망을 감히 품는다.


올리버 색스

- 본문 p9(에세이 표지 기준)



역경의 종류와 모양은 시대를 따라 변해왔지만 그 역경 속에서 인간의 삶은 문학과 예술과 함께 하나의 길로 이어져 왔다고 생각한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감히 사용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위로를 전하는 문학과 예술이 이 시대를 버텨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줄 거라 생각해본다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가는 것이라는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의 문장처럼 오늘도유일한 기적을 이루어낼 당신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나요?

잘지내세요!


흔쾌히 참여해주신 작가들께 감사드리며

안지미

_본문p12~13(에세이 표지 기준)




이 책은 기존 책들과 달리 에세이 / 드로잉 / 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에세이가 책의 절반을, 드로잉과 시가 함께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

특이하게 쪽번호가 각각 적혀 있고 절반을 기점으로 본문이 반전되어 실려 있는데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위에 사진을보면 표지가 한곳은 정방향이고 그 상태로 뒷표지는 정방향인 표지를 뒤집어 놓은 디자인이다

방금 말한 본문 방향의 반전은 표지에 맞춰졌던 것

절반을 읽은 뒤 책을 뒤집어 새로운 책을 읽게하는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과자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랄까, 글과 그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작은 전시장 같기도 하다


(각 부분에서 특징적이었던 것들을 조금씩 나열하자면)

수록된 시들을 읽으면서 자주 등장하는 "새"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는데 

비유적으로 어떤 뜻을 작가분들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희망이라는 직관적 비유라기보다 일상을 잘 견뎌내고자 노력하는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날갯짓을 하는 역동적인 새, 삶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의 모습, 왠지 닮아보였다

드로잉같은 경우 시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오는 영역이었는데, 다양한 스타일을 한번에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앉아서 즐기는 방구석 미술관 감상이라고 해야 하나, 설명이 적혀 있진 않지만 시와 마찬가지로 느끼는 건 본인의 자유니까!

(새 그림도 실려 있다)


에세이의 경우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내가 평소에 궁금해했던 지금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내밀하게 듣는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고추장을 담그는 일상을 보내는 작가님과 사람이 적은 카페를 찾아헤매는 작가님, 게임기를 구매하겠다는 큰 결심이 좌절된 작가님... 우리와 달라보이면서도 다르지 않은 그들의 일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각각 에세이나 시, 드로잉의 길이도 길지 않기 때문에 글 읽는 게 힘든 분들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달라진 일상 속 작가들의 작품을 통한 그들의 안부를 듣고 보며 나의 일상도 잘 지내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잘 지내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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